의료계도 반대한 영리화를 동물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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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도 반대한 영리화를 동물병원에?
  • 안혜숙 기자
  • [ 84호] 승인 2016.07.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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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의사 조합원인 협동조합 허용 방침 … 로컬 동물병원 타격 예상
 

 

영리 사업이 가능한 동물병원 설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는 “현재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하도록 한 수의사법을 개정, 수의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영리사업이 가능한 협동조합 형태의 동물병원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3년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병원을 설립할 수 없도록 수의사법을 개정한지 3년 만에 다시 정부가 영리 동물병원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영리법인이 개설한 동물병원은 수익 극대화 중심의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의료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영리 동물병원 설립이 가능한 대상을 ‘수의사 조합원’으로 한정시켜 경쟁력 있는 동물병원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영리 동물병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수의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리병원 형태의 협동조합
수의사법 시행령 제 20조에 따르면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동물 진료를 목적으로 유인 행위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리 동물병원이 설립되면 해당 법률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유사업종과 결탁해 유인하거나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다른 병원과 비교하며 자신의 병원으로 보호자를 유인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병원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타 병원을 흠집 내는 마케팅은 유인행위에 해당되지만, 실제 적발하기는 어렵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자신의 병원을 알리는 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 업종과 결탁한 유인행위는 내부 거래이기 때문에 적발이 힘들다.

유인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 적발이 어려운데, 영리 동물병원이 설립되면 유인 행위는 더욱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수의사만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리 동물병원 설립 규정을 한정시켰지만, 영리 협동조합이 MSO(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할 경우 협동조합이라는 구조 안에서 다양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어 주변 동물병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치과같은 ‘U 동물병원’ 탄생?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하에서 치과계에는 U치과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1인이 다수의 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현 의료법에서 합법적으로 여러 치과를 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U치과의 대표가 여러 치과를 개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MSO에 있다.

MSO는 병원에서 필요한 소모품의 구매, 인력관리, 마케팅, 진료비 미납고객 대응 등을 대신 수행하면서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진료에 집중하고, 병원의 전반적인 경영은 MSO가 맡는 방식이다. 사실상 MSO를 통해 영리병원의 상장까지 가능해진다.

때문에 영리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MSO를 통해 사료 및 동물약품 등을 자체적으로 구매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진료비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진료원가를 낮추게 되면 주변 동물병원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원장 1인이 운영하는 현실에서 영리 동물병원의 등장은 수의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겨우 3년차에 접어든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수의사법을 개정해 다시 영리병원을 허용하자는 것은 현재 발전하고 있는 국내의 수의료 산업을 자본에 넘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신산업 육성 방침이 반려동물에게도 자본시장의 원리에 따른 ‘산업’의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동물병원시장에까지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치과계가 병원 영리화를 막기 위해 수년간 투쟁해온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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