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의 표준진료수가 체계 도입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4일(목)부터 오는 8월 24일(수)까지 3주 동안 온라인 국민신문고 정책토론(www.epeople.go.kr)에서 동물병원 진료 표준수가체계 도입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동물병원 ‘표준수가체계’ 도입 현실화 되나
진료의 질 하락 및 수의사 진료자율권 무시 우려 … 8월 24일까지 온라인 공개토론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는 “반려동물 사육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동물병원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 도입을 통해 동물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줄이고, 동물병원 과잉진료 등 민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토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토론 결과는 오는 9월 종합 보고서 작성 및 토론방에 게재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반려인들이 다음 아고라 게시판 등을 통해 표준수가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토론회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최소한의 진료 유도할 뿐
표준진료수가제는 해당 진료에 대한 수가를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촬영은 1만원, 심장사상충 예방접종은 5만원 등 수가를 정해 놓고 그 금액을 보호자 혹은 관련기관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표준진료수가제를 도입하면 수가가 정해져 있어 최소한의 진료만 하게 돼 오히려 진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표준진료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로 나눌 수 있다.

행위별포괄수가제란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 수가를 세분화 하는 것이다.
가령 강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마취를 하고, X-ray를 촬영해 검진을 한 이후 주사를 놓았다고 하면, 이런 각 행위에 따라 정해진 수가를 받는 것이 행위별수가제다.
마취료와 X-ray 촬영료, 주사비, 약제비 등을 별도로 청구해서 받을 수 있어 의사의 진료 자율권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의과나 한의원, 치과 등에서 시행 중인 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를 따르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편도,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탈장, 맹장 등 7개 항목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7개 항목의 진료에 대해서는 치료부터 입원 등에 대한 수가가 정해져 있어 어떻게 진료를 해도 해당 수가밖에 받을 수 없다.
선택적인 진료를 할 수 있지만, 수가 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시술만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동물진료에 표준수가 체계가 도입된다면 행위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그나마 유리하다.
행위별수가제는 재료가격과 시술 내역에 따라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포괄수가제는 어떤 재료로, 어떤 진료를 해도 정해진 수가 밖에 인정받을 수 없다. 의료인의 자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행 가능성 높아지나
종전에는 동물진료에 표준진료수가제를 도입하자는 일부 반려인들의 주장이 대부분 그들만의 카페나 온라인 토론 게시판을 통해 진행되는데 그쳤고, 정부나 지자체 등의 관심도 적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 반려동물 산업을 꼽았을 정도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동물병원 규제 완화와 동물 사보험, 동물간호사제도 등 동물병원 및 수의사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도 이를 의미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도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동물병원 표준수가제가 도입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수의사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진료의 자율성을 인정받고 자신이 원하는 수가를 받았다면, 표준수가제가 도입될 경우 정해진 틀 내에서 진료를 하고 수가를 받아야 한다.
메디칼의 선례를 보더라도 행위수가제 혹은 포괄수가제 등 어떤 제도가 도입되든 수의사들의 진료 자율권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토론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해외사례를 도입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일의 경우 최저 수가를 정해 놓고, 최소한 여기까지는 받으라는 일종의 가이드를 갖고 있다. 양질의 진료와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몇 배를 올려 받던 불법이 아니다. 대신 최저수가 이하로 받으면 안 된다. 이는 곧 가격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라는 의미다.
진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수가를 획일화시켜 진료의 질을 하락시키기 보다는 수의사의 진료 자율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수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번 공개토론에 수의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