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알타이 산기슭의 방목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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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알타이 산기슭의 방목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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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0호] 승인 2017.08.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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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멈추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말 등에 실려 허무에서 카나스까지 40km 거리의 알타이 산 트레킹에 나섰다.

해발 1,500미터까지 너덜지대와 좁은 벼랑을 반복하며 올라가자 넓은 초지로 뒤덮인 산이 나타났다. 초지로 덮인 산은 카나스까지 계속되어 초지 위로 양떼와 소떼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해발 2,600미터 고도에 있는 黑湖 옆에서 거처하고 있던 현지 목축인의 게르에서 일박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산 여기저기에 소떼와 양떼의 무리가 보인다. 이들은 추운 겨울에는 산 아래 목장으로 가축을 데려와서 사육시킨다고 한다. 자연 방목과 집약식 축산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알타이 산의 동쪽 산 너머 몽고에서도 이와 같은 방목형 축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몽고에서는 혹독한 겨울에 먹을 사료가 없어 많은 동물이 대량 폐사한다(Dzud). 이것은 주변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현대식 축산에 의존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방목에 의존한 결과로 볼 수 있다.방목과 축산을 적당하게 조합시키면서 사육관리를 하는 알타이 산의 서쪽지역은 동쪽지역과 대조되고 있다.

최근 살충제 오염으로 문제되고 있는 계란의 생산과정에서 그 대안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이 많이 거론 되고 있다. 독자들은 대충 짐작을 하고 있겠지만 계란이 생산되는 과정은 아름다운 전원적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산란계 농장은 배터리식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고 있다. 배터리식 케이지는 배터리를 종횡으로 층층이 쌓아놓은 것처럼 케이지를 구성하여 동물을 사육하는 집약식 사육방식이다.
토끼, 밍크사육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주로 산란계 사육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닭은 A4용지보다 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본연의 행동을 제한받으며 알을 낳다가 도계(屠鷄) 된다.

EU에서는 2012년도에 배터리식 사육을 금지하여 2024년도에 완전히 없앤다는 계획을 세웠다. EU에서는 동물복지형 닭장에 횃대를 설치하고, 닭장의 높이는 최소 45cm가 되도록 하고,  넓이는 최소 750cm2이 되도록 하였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이러한 조치가 배터리케이지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터리식의 케이지에서 닭을 사육하려면 우선 부화한 병아리를 암수 감별 후 수평아리는 바로 살 처분 하고, 암평아리들은 서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부리를 자른다. 그리고 산란 전의 어린 닭들을 300~600cm2의 좁은 케이지에 가두고 죽기 전까지 알을 낳게 한다.

닭의 공격성 저하와 활동성 감퇴를 목적으로 조명도 10lux 이하로 조절한다. 그리고 운동부족과 지속적인 산란 때문에 뼈는 연약해져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늙은 닭들은 때로 도계를 하지 않고 장기간 절식을 시켜 다시 알을 낳도록 유도하기도 한다(強制換羽).

이러한 사육방식에서 닭 진드기뿐만 아니라 많은 전염성 질병이 쉽게 이환되어 계사 전체에 전파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동물복지 사육을 추구하면서 배터리식 사육을 금지한 EU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에 계란이 오염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물복지농장도 집약식 축산의 범위 안에 있다. 집약식 축산에서는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을 예방단계에서 막지 못한다면 전 개체가 순식간에 질병에 이환될 것이다.

인간에게 귀중한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농장동물은 기계가 아닌 생명체로서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같은 외부의 침입자에 대한 자체적인 방어 기전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가축이 이러한 방어기전을 스스로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동물들이 대처하기 힘든 환경과 싸울 때는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동물의 질병을 막아야 할 것이다.

농장동물을 사육하여 식용으로 이용하는 한, 집단사육 방식을 배제할 수 없으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사육방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확고한 집단 방역체계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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