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물실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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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물실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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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30호] 승인 2018.06.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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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생리·의학 부문의 수상자 108명 중 96명은 실험용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1901년 독일 과학자 Emil Adolf von Behring는 기니픽, 말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디프테리아 백신을 개발하여 첫 번째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1934년에는 개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하여 빈혈 치료제의 개발로 수상하였고, 1944년에는 고양이를 이용한 신경세포의 특정 기능 연구로, 1990년에는 개를 이용한 장기 이식 기술 개발로, 2003년에는 마우스, 개, 침팬지, 돼지, 토끼, 개구리 등을 이용하여 개발한 자기공명영상장치로, 2005년에는 돼지를 이용한 헬리코박터의 연구로, 2008년에는 마우스, 원숭이, 침팬지를 이용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2015년에는 마우스, 개, 양, 소, 닭, 원숭이를 이용한 새로운 말라리아의 치료법을 개발로, 그리고 2017년에는 초파리를 이용하여 일주기의 리듬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의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용한 실험동물은 초파리부터 꿀벌, 선충, 성게, 게, 조개, 오징어, 개구리, 두꺼비, 뱀, 랫드, 마우스, 햄스터,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양, 소, 닭, 비둘기, 칠면조, 원숭이,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동물 종을 실험동물로 이용해왔다. 동물실험을 통한 과학자들의 업적은 의약품의 개발로 실용화 되고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제인 Synthroid는 랫드와 개를 이용하여 실험하였고, 콜레스테롤 조절 약물인 Crestor는 랫드, 비글, 고양이, 원숭이, 토끼를 실험동물로 이용하여 개발되었다. 위와 식도 역류성 질환 치료제로 잘 알려진 Nexium은 랫드, 비글, 토끼를 이용하여 실험하였다.

실험동물을 이용한 연구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스템퍼, 광견병, 전염성 간염, 파상풍, 전염성 파보바이러스성 설사, 고양이 백혈병 백신 등도 동물실험을 통하여 개발되었고, 진단에 필요한 동물용 CT나 MRI 및 초음파와 같은 기술도 모두 동물실험을 거쳐 그 효과와 부작용을 알게 되었다. 개와 고양이에서 외과 수술기법이나 의료기기의 개발도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이나 효과를 검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인 분석법을 이용하여 반려동물과 인간의 질환 사이에서 병리 발생기전의 유사성을 찾아내어 동물실험이 완료된 신약을 우선 질병에 이환된 반려동물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반려동물에서 안전성과 효력이 입증되면 사람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통하여 동물과 인간의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이 인간과 동물의 질병을 구제하기 위하여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을 질병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병으로부터 수명을 연장시켜 주고 고통을 구제해주는 의약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에게 필요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동물실험과정 중에 동물에게 주는 고통이 질병 때문에 인간이 받는 고통 보다 종종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또는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의약품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기술에는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뒤따른다.

아무리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이라 할지라도 용량이 초과되면 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통하여 적절한 투여 용량을 결정한다. 또한 동물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사람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에 고통을 주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비극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험을 당하는 동물을 생각해보자. 동물들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용량보다 몇 배 더 강한 용량이 투여되거나, 필요 이상의  장기간 투여로 고통이 지속되거나, 연구자가 예측하지 못한 질환에 이환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 과학자들이 수행하는 모든 동물실험이 창조적이고 과학적이 것은 아니다. 이미 학술지에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험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사회에 건전하지 않은 목표를 위한 동물실험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도 있다. 아마도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의미는 이러한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지 말자는 주장일 것이다. 동물실험을 거친 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동물실험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과학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실험동물을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는 피험자를 대하듯이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물실험 과정 중에는 불필요한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실험동물은 농장동물보다도 더 심하고 지속적인 고통을 받고 안락사를 당한다. 인간과 동물의 복지를 위하여 실험동물이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수의학적 처치를 통한 고통의 적극적인 구제가 필요하며, 더 나아 가서는 사람 유래의 세포나 배양된 Organoid 등을 이용하여 실험동물을 대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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