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는 대그룹의 후계자이자 누구나 선망하는 재력가 아들 이재경이 철저히 가면 속에 가려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로 나온다.
이재경은 원래 수의사를 꿈 꿨지만 가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이유로 동물진료 봉사활동을 통해 수의사의 꿈을 대신한다. 그러나 두 얼굴의 가면을 쓴 그는 자살로 위장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동물마취제를 이용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데…
동물마취제와 관련한 살인사건은 단지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얘기는 아니다. 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듀오 ‘듀스’의 멤버 김성재가 동물마취제로 인해 사망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모 국장이 동물마취제를 이용해 자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A씨가 인터넷 조건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B씨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말에 술자리에 나갔다가 정신을 잃고 납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동물마취제 ‘졸레틸’을 술에 몰래 타 정신을 잃게 한 후 납치감금과 금품갈취를 벌였는데, 이때 사용한 ‘졸레틸’이 바로 듀스 김성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과 같은 약물이라는 것.
경찰은 B씨가 과거에도 동물마취제를 이용한 범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추가 범행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데, 이렇게 언제든지 살인 무기로 둔갑할 수 있는 동물마취제를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제 2, 제 3의 범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각종 성폭행 사건이나 살인 사건에 수시로 등장하는 동물마취제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여전히 합법적이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드라마에까지 이런 사실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 수의사는 “잘못 사용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물이 바로 동물마취제라는 사실은 그동안의 사건사고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수의사 처방도 없이 동물마취제가 무분별하게 유통될 수 있는 법적인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서 “때문에 누구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약사 예외조항을 없애고 이와 더불어 올바른 수의사 처방전제의 확대 개정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지 직역간의 영역 싸움을 떠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법 개정은 필연적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이렇게 무방비로 범죄에 노출되게 할 것인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는 것은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