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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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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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3호] 승인 2014.08.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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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간난이 할아버지는 하는 수 없었다. 이미 개 목에 끼울 올가미까지 만들어 가지고 서 있는 절가의 손에서 밧줄을 받아 가지고 그것을 검둥이의 목에 씌우고 말았다. 밧줄 한 끝은 절가가 잡고 있었다. 절가는 재빠르게 목을 꿴 검둥이를 대문께로 끌고 가더니 밧줄을 대문턱 밑으로 뽑아 가지고 잡아 죄었다(중략).

검둥이는 똥을 갈기고 그리고는 온 몸에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며 축 늘어지고 말았다(중략).두 마리의 개가 토장국 속에서 끊어날 즈음, 오른골을 포마드(머리털에 바르는 끈적끈적한 향유)로 진득이 재워 붙인 괸돌 동장과 잠자리 날개같이 모시 고의 적삼(여름철에 입는 홑저고리와 홑바지)에 감투를 쓴 똥똥이 박 초시가, 이 곳 동장네 절가 어깨에다 소주 두 되를 지워 가지고 왔다.

곧 술좌석이 벌어졌다(중략). “자 웃통들 벗읍세, 그리구 우리 놀민놀민 한 번 해 보세. 초복 놀이 미리 잘 하눈”

황순원 작가의 ‘목넘이 마을의 개’에서 미친개로 오인 받은 유기견 신둥이하고, 바람피다 미친개로 오인 받은 간난이 할아버지 반려견인 검둥이가 보신탕이 되어 버렸다. 신둥이는 원체 종자가 좋아서 나중에 목넘이 마을에서 기르는 개란 개는 거의 다 신둥이의 증손이 아니면 고손이었다고 했다.

개를 식용으로 한 것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맹자의 梁惠王上에 닭, 돼지, 개, 큰돼지(鷄豚狗?)를 잘 길러 백성들이 잘 먹으면 왕노릇을 잘 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의보감에 개의 효험에 대하여 기술하였고, 삼복더위에 보신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개를 잡아먹었다.

삼복(三伏)은 중국의 고대로부터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삼복더위에 개를 식용으로 하는 문화는 없는 것 같다. 삼복 중 초복(初伏)은 하지(夏至)가 지난 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중복(中伏)은 네 번째 庚日, 말복(末伏)은 입추(立秋)가 지난 후 첫 번째 庚日이다.

올해는 하지(6월 21일)를 지나 세 번째 경일인 7월18일(庚寅日)이 초복이었고, 네 번째 경일인 7월 28일(庚子日)이 중복, 그리고 입추 (8월 7일)를 지나 후 첫 번째 경일인 8월 7일(庚戌日)이 말복이다.

庚日은 오행(五行)의 金[가을]에 해당하고, 金이 두려워하는 것이 火[여름]이므로(오행의 상극 중 火克金), 庚이 들어가는 날은 금기(金氣)가 火[더위]에 대하여 맥을 못춘다(金氣伏藏 금기복장: 가을기운[金氣]이 엎드려 맥을 못 춘다).

그리하여 여름에 억눌린 가을의 기운에게 보양을 해주고 힘을 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용봉탕(龍鳳湯, 가물치와 꿩의 요리), 삼계탕(蔘鷄湯, 6년근 인삼과 영계) 또는 보신탕(補身湯)을 먹는다.

사람들은 몸이 허약하다고 느끼면 복날뿐만이 아니라 상시 몸보신을 원하고, 황구뿐만이 아니라 반려견도 잡아먹는다.

개 식용 문화가 있는 아시아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현재 개를 식용으로 할 수 없도록 법을 만들어 놓고 있다. 대만의 동물보호법 12조에서는 식용, 모피, 경제를 위한 목적 등 이외에는 동물을 임의로 도살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는데, 그러한 목적에서 예외조항을 두었다.

그것은 바로 개와 고양이는 식용, 모피, 경제를 위한 목적으로 도살, 판매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었다. 개나 고양이가 과학응용을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병으로 고통을 덜어 주고자 할 때는 수의사가 안락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리핀의 동물복지법 6조에는 식육용 동물을 제외한 다른 동물(개 고양이 등 포함)을 전염병과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이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특별한 이유로 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는 농무성의 동물복지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은 후 시행해야 한다.

물론 일본은 개를 식용으로 하고 있지 않다. 수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아파서 병원에 들어온 환견과 시장에서 도축된 황구가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똑같은 개다. 사람과 같이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던 개를 식용으로 한다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이들은 많이 있다.

여름에 더위가 극성을 부리면 다리 밑에서 목매달고 죽어가던 불쌍한 개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이 나만일까?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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