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강 건너 불 구경할 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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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 강 건너 불 구경할 때 아냐
  • 김지현 기자
  • [ 16호] 승인 2014.08.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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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생’, ‘카라’ 등 동물병원 설립 주목해야
 

최근 의료계의 최대 화두는 ‘의료영리화’다. 정부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지금 의료계는 투쟁 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정부 강공으로 수의계도 자유롭지 못할 것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 제한 불구 다양한 변형형태 예의주시해야

수의계 역시도 지난해 7월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을 제한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동물보호니 소비자보호니 하는 미명 하에 변형된 형태의 영리법인 동물병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영리법인화는 결국 소규모 로컬병원들은 자본의 힘에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의료영리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맞싸워 왔고, 성명서 발표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대정부 투쟁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의료계와 비교하면 수의계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수준이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이 제한됐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장에 영리법인 동물병원은 개설하지 못하게 됐지만 기존의 영리법인 동물병원에는 1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10년 안에 법이 또 어떻게 개정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최근에는 영리법인의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이나 직영병원 형태의 동물병원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수의사회 손은필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협동조합 등 회원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현안들은 면밀한 연구와 법리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의사법에 위반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밝힌 바 있다.

의료계의 경우를 보면 애초 의료영리화 도입을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정부가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로 그 시도가 만만치 않자, 우회법을 선택해 의료법의 시행규칙을 하나씩 서서히 개정해 나가는 방식을 통해 결국 의료영리화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선례를 보더라도 자칫 영리법인으로 흐를 수 있는 소지를 갖고 있는 형태의 동물병원들은 애초부터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최근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이나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동물병원 설립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직영병원과 조합 형태 위험신호
우리동생은 태생부터가 ‘병원비를 스스로 결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동조합방식의 병원을 만들자’는 취지였다는 것은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된 것으로, 조합의 형태를 띠고는 있지만 개원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다.

가깝게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 불법적인 변질이 향후 우리동생이 어떤 형태로 변질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욱 우려된다.

‘카라’ 역시 위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물보호활동 차원의 동물병원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응급구조나 유기동물 진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까지 포함시키고, 직영병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거의 영리법인화와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아직까지 영리법인화에 따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영리법인의 변형된 형태의 동물병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어떤 반대 움직임이나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관심 갖고 추이 지켜봐야
그러나 앞으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동물병원의 존폐 여부와 아주 밀접한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영리법인 동물병원의 대표 격이었던 E병원이 적자 운영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원장이 개인사업자로서 위탁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렇다고 해서 영리법인이 수의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영리법인의 변형된 형태의 동물병원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이 언제든지 기존 시장을 잠식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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