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단체든 자신들의 단체가 손해 보는 것을 바라는 단체는 없을 것이다. 모든 단체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수의사와 약사도 마찬가지다. 수의사 처방제 시행이후 수의사와 약사간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충돌이었다.
약사와 분쟁 ‘이미지 메이킹’이 해답이다
다양한 매체 통한 대국민 홍보로 전문성과 당위성 각인 시켜야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수의사 처방제가 1년을 훌쩍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수의사 처방제를 바라보는 약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들의 주장은 수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가 수의사 독점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도 수의사와 약사간의 갑론을박이 매우 치열하다.
끝없는 온라인 댓글 전쟁
얼마 전 대한동물약국협회가 수의사 처방제 시행 1년을 맞아 서울지역 광견병 백신과 렙토스피라 백신 전자처방전 발행건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서울지역 내 700여개 동물병원이 발행한 처방전이 8개월 동안 총 4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동물약국 관계자들은 “동물약의 오남용을 막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수의사가 전 과정을 독점하는 제도로 변질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더해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한 수의사의 글 내용이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인 수의사와 약사간의 갈등이 재점화된 모습이다.
약사의 불법 진료로 고통 받는 동물들을 내용으로 한 이 게시글은 약국에서 동물 보호자에게 임의로 약을 조제해 병이 악화 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은 11월 12일 오전 현재 댓글이 285개를 넘어서며 양 진영간의 온라인 전장이 되고 있다.
댓글을 보면 약사 진영에서는 ‘수의사가 독점한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미국도, 덴마크도, 이탈리아도, 일본도, 영국도, 모두 약사가 동물약을 조제하고 판매한다. 무면허진료, 자가 진료라고 외치시지만 왜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가진료가 헌법상으로 합법이 되었는지부터 생각해봐라. 과잉진료 근절과 보호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라. 동물약국들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다면 국민들이 찾지 않는다. 처방전도 제대로 발행하지 않으면서 무슨 말이 많냐?’ 등 동물병원의 진료비 문제와 처방전 발행과 관련된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수의사 진영에서는 ‘수의사는 국가가 동물진료/처방/조제를 하라고 인정한 직업군이다. 면허의 의미를 모르냐? 동물의 생리 약리 병리 조직 해부 미생물 전염병 방사선 외과 내과 산과 공중보건 기생충 법규 등 수많은 과목을 6년간 배우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수의사들이 처방하는 것이 맞다. 처방전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처방하지 않는 것이다’ 등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해당 글 이외에도 수의사와 약사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으며, 그 속에서 서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상호간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미지 메이킹 절실하다
수의사와 약사간의 이러한 분쟁은 이미 오래된 일이이지만 최근 들어 처방제 등 관련 사안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로부터도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 진영간의 분쟁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은 ‘밥 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
현재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K씨는 “수의사와 약사관련 기사나 글들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며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상스러운 말까지 섞어가며 갑론을박하는 것이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다”고 개탄했다.
수의사 J원장도 “우리끼리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서로 싸우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의미 없는 논쟁은 접어두고 실제로 수의사가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수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 왜 수의사가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는 진료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너무 비싸다, 돌파리다 등 많은 부정적인 말들을 듣고 있는데, 우리 수의사 측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우리가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우리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대국민 홍보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각종 매스컴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했다, 블루오션이다’ 등 반려동물 관련 청사진을 펼친 내용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내용 중 수의사들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 그리고 현재 수의계 현실 등을 반영하는 내용은 전무하다. 이에 반해 의사나 약사 등 타 전문분야 관련 내용은 넘쳐나고, 그들의 대국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각종 방송 출연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의계 역시도 이러한 타 전문분야의 대국민 홍보 방법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수의사의 전문성과 수의계의 현실을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알 수 있도록 알려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수의사들의 정계진출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약사와의 관계나 관련 정책의 실현에 있어서 정치적인 세력의 부재로 번번히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그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