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펫보험 계약 건수가 지난해 이어 올해 또다시 연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소식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손보 등 10개 손보사의 일반·장기 펫보험 상품 보유계약 건수가 올해 9월 말 기준 14만4,88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이미 9월에 전년도 연간 규모를 뛰어넘으며 연간 최대치를 또 갈아치울 전망이다.
6년 전인 2018년만 해도 펫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7,005건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1년만인 2019년에 2만4,199건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이후에도 2020년에는 3만5,415건, 2021년 5만1,727건, 2022년 7만1,896건을 기록하며 계속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해에는 10만9,088건으로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9월에 이미 14만 건을 훌쩍 넘으며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동물병원들이 느끼는 체감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반려견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양육률도 2021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반려견 수와 양육율 감소 뉴스는 향후 시장 전망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보험상품 계약 건수는 매년 크게 성장하며 올해만 벌써 15만 건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나마 동물병원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보호자들을 위해 동물등록과 펫보험 가입을 독려해왔던 만큼 펫보험 상품계약 건수의 증가는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방문하는데 큰 걸림돌로 느끼는 진료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계약 건수의 급증으로 손해보험사들이 벌어들이는 보험료도 크게 늘어났다. 보험사들이 벌어들인 금액은 올해 9월까지만도 총 559억 여만 원으로 아직 3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지난해보다 1백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보험사들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펫보험 상품 마련에 더 주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 대비 펫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지난해 기준 1.4%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펫보험 시장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은 동물병원들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를 주장하며 진료부를 기반으로 정확한 치료 내용을 파악해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되풀이하며 수의사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료기록부를 공개했을 경우 예상되는 동물건강 문제나 자가진료 같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수의계와 의견이 계속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게시가 시행되면서 누구나 쉽게 정부가 공시한 동물진료비 홈페이지에서 지역별로 최저, 최고, 중간, 평균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게 됐고, 최근 삼성화재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기능을 추가한 어플을 리뉴얼 출시했다는 사실은 진료비에 민감한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는 진료비 게시 항목이 총 20개로 늘어나는 데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다빈도 100대 항목의 진료절차 표준화를 추진 중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거의 모든 진료항목의 진료비가 공개 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처럼 계속 옥죄는 진료비와 진료기록부 공개 압박 속에서 수의계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얽힌 실타래를 잘 풀어갈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