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황하는 마이크로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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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황하는 마이크로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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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63호] 승인 2015.09.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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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내장형 마이크로칩 장착에 대한 의무적인 규제는 스콧트랜드 등 일부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각계의 의견을 취합하여 만든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유기견과 유실견을 주인에게 되찾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마이크로 칩 사용을 2016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자마자, 일부 단체에서 강력히 반발을 하여 그 의무적 사용을 유보하고 있다.

마이크로 칩을 사용하는 것이 길 잃은 동물을 주인에게 효과적으로 되찾아 주는 것 보다 단점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의무적인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우려의 요점으로 첫째는 비용에 대한 유용성이고, 둘째는 안전성, 그리고 셋째는 식별의 곤란함을 들었다.

마이크로 칩(MC)은 직경 약 2mm 이하 길이 약 12??mm 이하의 소형 전자중계 장치이다. 실험용 마우스의 꼬리 피하에 장착하는 칩의 크기는 이보다 훨씬 작다. 전자칩에 인식기를 가까이 하면 칩에서는 특정신호가 나와 인식기가 그것을 식별하는데, 그 식별번호를 미리 입력해둔 동물의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하면 동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칩 자체는 전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동물의 체내에 매몰되면 평생 동안 인식기가 그것을 식별할 수 있다.

동물의 피하에 칩을 주입하는 방법은 동물병원의 수의사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동물에 통증이나 후유증을 최소로 할 수 있다. 마이크로 칩의 안전성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마이크로 칩에 의한 종양발생, 체내에서의 이동, 수의진료의 방해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마이크로 칩에 의하여 종양이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세계적으로 두 건 있었지만 이것은 칩을 내장한 수천 만 마리 중 단 두 건 일뿐이다.

또한 체내에서 이동방지를 위하여 칩의 표면을 특수 처리하여 이동을 방지하고 있고, 설사 이동한다 하여도 근육층이 아닌 피하직에서의 이동이 경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칩을 읽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CT 스캔 시 마이크로 칩에 의한 문제는 없으며, 일반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자속 밀도가 0.5T의 MRI는 마이크로 칩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MRI에 의하여 칩의 내장 정보의 변형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2005년 개정된 동물 애호 및 관리법에 소유동물에 대한 인식을 의무화하도록 하였고, 법에 따라 환경성 고시에서는 마이크로 칩의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애완동물에 대한 데이터의 중앙 관리와 개체 식별 기술의 보급, 마이크로 칩 인식기 배포 등을 추진하면서 또한 판매되는 고양이에 대하여 마이크로 칩 장착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일본동물애호협회, 일본동물복지협회, 일본애완동물협회와 일본수의사협회로 구성된 ‘동물 ID 보급 추진 회의’에서 하고 있으며, 현재 마이크로 칩 등록 동물 수는 1,163,815건(개: 939,409건, 고양이: 220,303건, 기타: 4,103건)에 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동물 체내에 주입한 마이크로 칩의 부작용이나 쇼크 증상 등에 관한 보고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마이크로 칩에 내장된 특수기호와 번호 등으로 연계된 데이터베이스에는 유기동물을 비롯하여 재난 시 발생하는 유실동물, 사고동물 또는 도난동물 동물 등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정보가 있어서 쉽게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외부 인식표보다 그 유용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유용성을 인정하여 국내에서는 동물자유연대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수의사회가 적극적으로 마이크로 칩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마이크로 칩의 사용 유보를 결정하였을 때 대한수의사회는 어떠한 일을 하였는가?

유기동물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일부에서 주장하는 마이크로 칩의 문제점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도 없고, 마이크로 칩의 장착에 대한 추진에도 더 이상의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가 나서서 그동안 국내에서 시술한 마이크로 칩 대상 동물에 대한 추적조사 등을 통하여 부작용을 파악하고, 또 적절한 마이크로 칩의 가격과 시술가를 제공한다면 마이크로 칩의 사용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유기동물이나 유실동물의 사육관리에 드는 비용보다 마이크로 칩을 이용하여 주인을 되찾아 줌으로써 지자체는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국내 애완동물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여 그것을 동물의 건강관리에 이용할 수 있다면, 외장용 목걸이를 고수하는 것보다 진일보한 수의료를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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