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겨냥 ‘플랫폼 시장’ 봇물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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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겨냥 ‘플랫폼 시장’ 봇물 터져  
  • 이준상 기자
  • [ 226호] 승인 2022.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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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에서 B2B 시장으로 시선 돌린 플랫폼···기대와 우려 교차

최근 임상수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나 수의사 상담, 동물병원 예약 서비스 등 보호자를 위한 B2C 플랫폼들이 득세했다면, 최근 출시 혹은 출시 예정인 플랫폼들은 B2B 시장인 수의사들을 겨냥해 네트워크 혹은 커뮤니티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어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수의계의 트렌드를 리드하고, 더불어 캐시카우를 확보하고자 수의료 정보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인데, 유용한 장점들이 많지만 일부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교육·경영지원·커뮤니티 플랫폼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벳아너스(Vet Honors)’는 지난달 수의학 교육 플랫폼 ‘브이박스(V-BOX)’를 선보였다.

브이박스는 수련의를 위한 ‘기초 강의’ 부터 ‘벳아너스 위클리 DDx 세미나’ 등의 학술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한 마케팅 공세도 적극적이다. 브이박스는 현재 벳아너스 회원병원 수의사 500여 명이 가입돼 있는데, 이달 말부터는 수의대생과 공중방역수의사에게도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베트윈(VETWEEN)’은 수의사와 수의대생으로 구성돼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크게 커뮤니티, 포스팅, 벳문벳답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커뮤니티 코너는 수의사, 수의대생, 공중방역수의사, 전공수의사(임상 석·박사) 커뮤니티로 세분화해 좀 더 효율적인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유석환 수의사가 개발한 ‘벳플레이스(VETPLACE)’는 수의사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서비스, 수의학 최신지견, 수의사 구직정보 등 토탈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동물병원 MSO(경영지원회사)인 ‘알로벳(AlloVET)’이 다음달 선보일 ‘브이링크(V-Link)’는 수의사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브이링크(V-Link)’는 개원 세미나, 경영 개선 세미나 등의 무료 경영지원 서비스와 노무, 세무, 채용 등에 대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나응식 알로벳 공동대표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의 경우 구독서비스 형태로 1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노무, 세무, 법무, 마케팅 등의 경영지원 서비스 혜택을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비지니스 핵심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점은 공통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참여자가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 

‘브이박스’의 경우 강의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강의를 듣는 수의사가 느끼는 가치가 커지고, 참여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지면 플랫폼의 가치가 상승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다.

‘브이링크’는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들이 세무, 마케팅, 노무 대행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 창출이 일어난다면 플랫폼의 규모와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베트윈’과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은 수의사들이 익명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고, 커뮤니티 내 쌓인 정보자산들을 토대로 플랫폼의 가치를 키울 수 있다.


즉,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네트워크 효과다. 콘텐츠 생산자(플랫폼)와 참여자(수의사)가 만나 시너지를 내고, 그 결과 플랫폼의 경쟁력과 수익구조가 높아지는 식이다.



일부 수의사 거부감 가질 수도
다만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플랫폼을 상업적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수의사들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벳아너스의 ‘브이박스’와 알로벳의 ‘브이링크’는 각각 스타트업 아이엠디티와 핏펫이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아이엠디티는 총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핏펫은 시리즈 A, B를 합쳐 200억이 훌쩍 넘는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수익이 발생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상업적인 목적을 띄고 플랫폼을 운영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무료 서비스가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고, 콘텐츠가 빈약해지고, 자사의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했을 때는 탈퇴하는 회원들이 생겨날 수 있다.

또 수의사들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일부 수의사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가 아닌 플랫폼 운영 업체가 수의계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커뮤니티 플랫폼의 경우 메디컬이나 덴탈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문제와 비슷하게 직원이나 보호자 블랙리스트가 떠돌 수도 있고, 수의사 신상털기와 보호자 비하 글이 올라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의사 가치 높이는데 초점 둬야
수의사 대상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1차와 2차 동물병원, 지방과 수도권 동물병원 간의 격차를 줄이고, 모든 수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의료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있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들이 데이터와 이익 독점으로 수의료 시스템을 시장화하면 오히려 개원가의 양극화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상업적 동기에 기초하기보다는 수의사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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