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⑤] 『김무길의 표목(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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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⑤] 『김무길의 표목(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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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30호] 승인 2022.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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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명인의 삶을 엿보다

지난 봄 지인의 초대로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거문고 명인 김무길의 팔순 기념 연주회에 가 보았다. 연주회는 그의 일생을 기념하듯 제자들과 동료들과의 다양한 협주가 있었고 연주회 말미에 명인의 최근 저서인 ‘김무길의 표목’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필자 또한 그 책을 구해 이번에 읽어보게 되었다. 거문고 명인의 일대기를 다룬 책, ‘김무길의 표목’ 이다.

사실 제목이 좀 생소한데 표목이란 단어는 판소리에서 쓰이는 말로, 목소리의 지문과도 같은 개인의 독특한 특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대체로 소리를 떨거나 꺾는 방법에서 자신만의 특질과 예술성이 드러나는데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제자들은 대체로 동일한 또는 유사한 표목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책 제목의 표목은 김무길 고유의 거문고 소리를 뜻하는 듯하다.

김무길 명인은 14세에 거문고에 처음 입문하여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거문고 연주와 후학양성에 힘써온 국악 한 부분의 역사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의 기억과 기록에 기반한 구술을 편집자가 자신의 시점에서 글로 써서 정리한 것이라 1인칭의 자서전 형태는 아니고 일종의 인물전 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대 별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나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각각을 구분하여 소개해본다.

첫 장에서는 1950-60년대 그가 거문고를 접하게 된 계기와 스승들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하였다. 특히 그의 첫 스승인 한갑득 명인에 대해 애정 어린 묘사가 많은데 여러 스승이 있었음에도 한 명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은 다른 누구보다 깊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가 본격적으로 연주가로서 활동하던 시기의 여러 일화들을 펼쳐 놓았다. 여기에서 특히 국악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워 중동 파견근로자로 나가 파이프를 잇는 배관공으로 일했던 이야기는 의외였다. 이처럼 국악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일화에서 비인기 영역 예술인의 애환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의 말미에서 이어지는 거듭된 반전들은 마치 국악이라는 예술장르가 명인이 될 그를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고 느끼게 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정점에 이른 그의 연주실력을 바탕으로 국립국악원 재직 시기의 음악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악을 넓혀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시대를 넘어서는 명인이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그는 서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2001년 남원에 내려가 국립민속국악원 악장 및 예술감독을 거쳐 지리산 자락에서 운상원 소리터를 직접 운영하며 후학을 길러내는 데까지의 인생 2막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한다. 강남의 집과 양평의 음악연수원을 정리하고 남원에서 학교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여 무려 6년에 걸쳐 본인과 역시 국악인으로 소리를 가르치는 아내 박양덕 명창이 머물 거처와 교습 장소 등을 만든 이야기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김 명인이 박 명창과 함께 남원의 소리터를 가꾸고 연주가의 삶을 사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전엔 잘 몰랐던 명인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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