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➆]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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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➆]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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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40호] 승인 2023.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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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조화

작년 한해 동안 개봉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는 청룡영화상을 휩쓴 ‘헤어질 결심’이지만 이번에 나온 ‘올빼미’ 또한 적극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 마치 독약을 먹고 죽은 사람과 같았다는 한 줄이 기록에 남아 있어 여전히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현세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영화적 소재로 삼기에 좋은 재료인데 감독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인물 몇 명을 더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의 초반 진행은 조금 느린데 관련된 모든 주요 인물들이 다 등장하고, 이들의 사연과 심리상태가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설명된 이후에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영화 홍보에는 주로 유해진의 임금(인조) 역할이 부각되고 있고 사실 유해진의 정교하게 계산된 연기는 역시 대단하고 이 영화가 돋보이는데 단연 기여한 것이 그라는 것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류준열을 비롯한 주, 조연 이하 모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짜임새 있어 보이는데 이는 결국 감독의 연출 역량이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왕을 어떻게 그리길래 유해진 배우를 인조 역에 썼을까 궁금했는데 직접 영화를 보니 딱히 떠오를 사람이 없을 만큼 적합했다. 송강호나 김윤석이 했다면 썩 어울렸을 것 같지 않다. 반면 이병헌이 이 역을 맡았다면 톤은 좀 달랐겠지만 어울렸을 것 같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경수(류준열)는 낮에는 앞을 볼 수 없는 밤에만 조금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지닌 사람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알고도 모르는 척, 보고도 안 보이는 척 해야 하는 사람의 상징인 반면 대립하는 대상인 인조(유해진)는 없는 것도 가짜로 만들고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해야 하는 사람의 상징일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극 중 소현세자는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을 대표한다. 화자인 경수가 주맹증이라는 설정은 관객 또한 시각 못지 않게 청각을 사용하여 영화를 감상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위해 화면 못지 않게 음향 설정 또한 뛰어나다.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경수가 강빈(조윤서)에게 진실을 전달하고 나중에 왕 앞에서 이를 번복하는 장면은 미천한 신분으로 불안하게 살아야 하는 경수를 나타내기 위한 설정이었겠으나 이것이 결국 강빈을 처형하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한 것은 과했다. 차라리 강빈이 목격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서찰과 증거를 왕에게 가져갔더라도 이야기 흐름은 충분했을 것이다. 류준열이 맡은 경수의 성격으로 볼 때 그 상황에서 아무리 자신의 처지가 어렵다 해도 그렇게 강빈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이 휘몰아친 4년 후를 다룬 에필로그 또한 사족에 가까웠다. 에필로그가 꼭 필요하다면 죽어가는 인조에게 침 놓는 손만 보여주고 누구인지는 카메라가 확인시켜주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역사기록의 한 두 줄에 불과한 증거에서 그 행간의 의미를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다. 과거 박해일이 신미스님으로 나온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때는 그 상상력이 역사의 사실이나 흐름과 맞지 않았기에 비난을 많이 받았다. 반면 올빼미는 그 상상력을 제법 잘 발휘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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