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③] 이 우 장(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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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③] 이 우 장(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원장
  • 이준상 기자
  • [ 257호] 승인 2023.10.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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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라포 쌓아 친숙해져야”

경북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동물행동의학 익스턴십 및 NAVC 코스를 밟은 이우장(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은 근거 기반의 행동진료를 선보이며,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Q. 행동진료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강의를 들어도 좋고, 행동의학 전문 서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익스턴십을 강력히 추천한다. 

물론 익스턴십을 하려면 비용 문제부터 비행기 표값, 식비, 숙박비 등 들어가는 돈이 많지만, 행동의학 전문의들을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같이 토론도 할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는 UC 데이비스에서 익스턴십 과정을 밟았는데 당시 김선아 박사님이 레지던트를 하고 계실 때라 참관 후 박사님에게 추가로 과외까지 받을 수 있어 더 만족도가 컸다.

익스턴십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피어 프리’ 이수를 권장한다. 피어 프리 과정을 통해 개, 고양이에게 느끼는 공포, 스트레스, 불안, 통증 등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는 국외 강의는 ACVB(미국수의행동의학회) 홈페이지에서 하는 정기 웨비나이다.


Q. 행동진료 절차는 어떻게 되나
우선 행동분석 검사지를 보호자에게 보내 환자와 동거인 정보, 현재 치료받는 질병, 복용 중인 약을 파악하고, 어떤 문제행동을 보이는지와 문제와 관련된 최초의 사례 등을 살핀다.

또한 문제행동이 일어나는 장소, 시간대, 빈도와 환자의 식사, 수면 습관 등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동진료의 시작은 문제행동의 원인을 다방면으로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지를 꼭 받아야 한다. 영상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후 검사지 내용을 토대로 최소 1시간 이상 심층 상담을 진행한 후 치료계획을 세운다. 저는 관리·교육, 보조도구, 행동 수정, 약물치료로 나눠 치료계획을 세우고 있다. 

외부 소음에 예민한 환자라면 백색 소음을 현관문 주변에 트는 것을 권하고 (관리), 목욕시킬 때 두려워하는 아이라면 90분 전에 이벤트성 약물을 복용(약물치료)하는 식의 접근이다. 


Q. 진료실 환경도 변화를 줘야 하나
특별한 세팅 없이도 충분히 보호자 상담과 진료가 가능하다. 단 외부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담이 이뤄져야 하는 점도 있지만, 문제 행동을 파악하는 데 있어 외부 소음의 발생은 혼란을 줄 수 있다. 환자가 불안에 떠는 이유가 외부 소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진단에 거부감 느끼는 보호자도 있지 않나
라포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아이는 사람으로 치면 특수 아동과 같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아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 당연히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우선 라포를 충분히 쌓아 보호자와 친숙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상담 시에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자용 교육자료를 통해 우리 아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보호자 성향을 캐치해 같은 이야기도 다른 식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스킬은 쉽지 않은데, 행동진료 경험이 계속 쌓인다면 감이 잡힐 것이다.

 

Q. 약물 처방은 어떻게 이뤄지나
약물은 이벤트성 약물과 장기 복용 약물 두 종류로 나뉜다. 이벤트성 약물은 평소에는 괜찮다가 천둥·번개 칠 때나 차 탈 때 같이 특정 상황에서 불안해 할 때 쓰는 약물로 가바펜틴과 트라조돈이 대표적이다. 장기 복용 약물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강박 행동을 자주 한다거나 잦은 공격성을 보일 때 주로 처방하고, 최소 4주에서 6주는 약물 복용이 이뤄져야 한다. 약물은 파록세틴, 설트랄린, 플루옥세틴 등이 있다.

약물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문 서적으로 행동의학적 약물을 공부한 후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Q. 병원보다 훈련소 찾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문제행동이라도 정상 행동이냐 행동 장애냐로 구분할 수 있다. 때문에 보호자들은 훈련소 보다 먼저 동물병원에 내원해 수의사로부터 감별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후 정상 행동으로 진단받았다면 그 다음은 보호자가 판단할 일이다.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거나 교육 차원에서 훈련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수의사를 찾아 정확한 감별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Q. 전문병원 리퍼는 언제하면 좋을까
행동의학도 치료하기 어려운 케이스와 쉬운 케이스가 따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공격성 문제를 하이레벨로 보고, 천둥·번개 공포증은 쉽게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하이레벨 행동문제의 경우 약물치료만으로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고, 환경 관리, 교육, 행동 수정까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로컬병원에선 이런 치료법들까지 신경 쓰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차를 탔을 때나 큰 소음이 발생할 때처럼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불안해하는 케이스 위주로 진료를 보고, 공격성이나 강박 행동처럼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는 전문 병원으로 리퍼를 보내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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