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 동물병원’ 현주소는
상태바
우리나라 ‘공공 동물병원’ 현주소는
  • 이선행 기자
  • [ 263호] 승인 2024.01.05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양·순천·성남 이어 김포 개원 예정…찬반 논란 속 기준 논의 필요해

 

멕시코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의 공공 동물병원 설립을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공공 동물병원 설립 추진은 어디쯤 와 있을까? 현지 시간 지난해 11월 6일 멕시코 상원은 공공 수의과 진료소 설립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태 균형 및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 법안을 통해 공공 동물의료를 실현하고, 유기 반려동물 치료를 비롯해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국립통계청(INEGI)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멕시코에 살고 있는 반려동물은 약 2천 300여만 마리로 당국에 따르면 이 중 70%는 방치된 유기동물이다. 멕시코는 국가 차원에서 하루 수거하는 배설물이 696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하루 최소 0.5t, 연간 최대 182t의 분변을 치우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원의원들은 현지 언론 인포바에를 통해 “동물 배설물은 길거리에서 만드는 음식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 유기가 사람들의 도덕적 무책임 이상으로 공중 보건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공공 동물병원 명칭·진료대상 다 달라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4월 전국 최초로 전남 담양군이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를 개소한 것을 시작으로 전남 순천시에도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가 문을 열었고, 지난해 9월에는 경기 성남시가 수도권 최초로 ‘성남시립동물병원’을 개원했다. 최근 김포시도 올해 초에 반려동물보건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듯 각기 다른 기준으로 운영된다. 우선 명칭부터 ‘공공진료소’, ‘시립동물병원’, ‘반려동물보건소’로 통일돼 있지 않다. ‘동물병원’ 이외의 의료기관 명칭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진료 대상도 모두 다르다. 성남 시립동물병원은 진료 대상자 명의로 ‘내장형 동물등록을 한 개체’에 대해서만 진료가 가능하다. 유기동물도 진료하는 이곳과 달리 김포 반려동물보건소는 일반 시민의 반려동물만을 진료한다.
 

공공 동물병원 찬반 이어져
공공 동물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상생 복지를 이유로 꼽는다. 비싼 반려동물 병원비로 인해 치료가 힘든 사람들을 도와 유기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 규모가 큰 문제들을 공공의 영역에서 함께 살피고 보살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 정도가 떨어져 부지 설정에서부터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소음과 악취 등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예상해 공공 동물병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한다. 또 민간 동물병원에서는 영업 이익 손실 측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동물의료 정책 수립해야
지난 2021년 서울특별시의회 동물복지증진 특별위원회는 ‘유기견 방지 및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한 공공동물병원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에서는 △공공 동물병원의 필요성 △공공 중성화동물병원 운영 시 고려사항 △유기동물 중성화 수술과 응급치료를 위한 24시간 공공 동물의료센터의 운영과 타당성 검토 △공공성 확보를 위한 동물보건의료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공 동물병원은 답보 상태다.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유기동물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공 동물병원의 필요성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칭부터 진료 대상과 업무 범위에 대한 기준 및 예산 확보 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시민과 동물병원 관계자, 시 관계부처 간의 합의를 거쳐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공공 동물의료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