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➅] 수의사 국가시험, 왜 공개하라 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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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➅] 수의사 국가시험, 왜 공개하라 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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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65호] 승인 2024.02.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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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국가시험 공개는 지난 2022년부터 수의학 교육계의 큰 이슈로 자리 잡았다. 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는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이하 수대협)와 지속적인 수의사 국가시험 공개를 주장해왔는데, 실제 지난해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상대로 제67회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항과 정답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에 돌입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이 큰 시험의 경우 각각의 영역별 출제되는 문항의 수나 출제 범위 등이 수험생에게 공개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수능과 마찬가지로 국가에서 관장하는 시험이며, 생명을 다루는 동물 진료권이 걸린 수의사 면허를 발급해주는 수의사 국가시험의 경우 수의사법에 관리 주체나 응시 자격 등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출제 범위나 문항 수에 대한 정보는 없다.

사실 법령에는 시험의 출제 범위나 문제 수 정도의 자세한 내용을 명시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담당 기관의 내규나 규정집 등에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수의사법에 명시된 것처럼 수의사 국가시험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소관이지만 제8조 제3항에 따라 그 관리를 관계 정부기관에 맡길 수 있으며, 현재는 농식품부 산하의 검역본부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검역본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의사 국가시험 시행 공고에서 각각의 교시별 문항 수와 시험시간은 명시하고 있지만 세부과목의 문제 수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현재 수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 수의사 국가시험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운영상의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매년 각 정부 부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데, 2016년 검역본부는 해당 감사에서 수의사 국가시험 관리 미흡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구체적인 지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출제위원 선정이 합숙 시작 4일 전에 통보돼 문항 출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 높음 △출제위원 수당에 대한 기준이 미흡하지만 매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등 시험 관리 개선 노력 미흡 △전담부서의 부재와 전담 인력의 부족으로 시험 관리 체계 미흡 △시험문제 난이도 조절 능력 등 전문성 부족 등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수의사 국가시험 관리를 민간 자격시험 전문기관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수미연에 따르면, 여전히 출제위원 선정 문제, 전담부서 및 인력 부족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특히 전담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는 검역본부에서 수의사 국가시험 공개를 받아들이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에 해당한다. 문항 공개를 위해서는 출제위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출제와 검토가 분리돼 있지 않고 소수의 공중방역수의사에게 문항 오류 및 난이도 조절을 맡기고 있다.

검역본부는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기에는 전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스스로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실제 민간 기관으로의 이관을 검토했는데, 이 또한 현 수의사법 시행령이 수의사 국가시험 운영 기관을 정부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어 불가능하다. 검역본부에서 농식품부에 시행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의사 국가시험 운영을 위한 예산 및 인력 지원이나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수미연은 수의사 국가시험 문항이 공개된다면 시험 운영이 보다 체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항 공개를 통해 발생할 인력 충원과 예산 증액은 시험 운영 능력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기시험의 도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대한수의사회 청년특별위원회에서 약 1,000명 이상의 수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실기시험 도입에 대해 약 8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또한 현재 수의사법 시행령에는 실기시험 도입을 위한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태다.

수의사 국가시험의 운영 능력이 개선된다면 실기시험 도입 검토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미 학계에서는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수의교육학회에서는 △대학별 실기시험 시행-가장 현실적, 각 대학에 장비 모형 도입을 위한 예산 필요 및 표준화된 임상실기 교육 및 평가시스템 필요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시행-기반시설 활용 가능, 추가 공간 확보 필요 및 실기시험 운영을 위한 별도 조직 신설 필요 △별도의 전문적인 실기시험센터 확보-막대한 예산 필요 등의 실기시험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를 가축방역심의위 산하 분과위원회로 통폐합해 국가시험 운영 능력을 더욱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있어 많은 수의사와 수의대생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사 국가시험 문제 공개가 행정소송이라는 수단을 통해 진행되고 있고, 이를 발판으로 수의사 국가시험 운영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의사 국가시험은 단순한 면허시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수의학 교육의 나침반으로 작용해야 한다. 수의사 전체의 전문성을 조절해 직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견고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다. 

※ vetfi.org에서 전체 원문 읽기 가능, 수의미래연구소 [벳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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