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⑬] 괴물 (2023)
상태바
[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⑬] 괴물 (2023)
  • 개원
  • [ 266호] 승인 2024.02.23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살 자유

고레에다 감독의 최근 몇 작품은 다소 아쉬웠는데 이번엔 그가 다시 한번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장르로 되돌아 온 느낌이라 반가웠다. 우선 아이들이 중심에 선 영화라는 것도 그렇고, 남의 시선이 중요하고 아이들에게는 편견으로 가득한 미성숙한 어른들이 한 편에 있다는 것도 그렇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감독이 묘사한 핵심 주인공 어른이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 하의 일본인 남자였다면 이번엔 기존의 전형적인 일본인의 틀에서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여성(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이 중심 인물의 하나라는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인가에 대한 물음에 기초한다. 필자는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자국 내보다는 유럽 영화제에서 주목한다는 점 등에서도 그렇고 홍상수 감독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3차에 걸쳐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는 주인공 미나토의 엄마인 사오리의 시점, 두 번째는 미나토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된 호리 선생의 시점, 세 번째는 미나토가 중심이지만 그 외에 교장과 미나토의 친구인 요리의 시점이 조금씩 뒤섞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관객은 ‘냄새나는 것은 덮는다’는 일본 속담처럼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교장과 교직원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싱글맘 사오리에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다가도 막상 호리 선생의 시점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접하면 짐짓 당황하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특정 대상에 대해 자신이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이런저런 소문을 사실처럼 흘리고 3자에게 전파한다. 그런데 결국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미나토와 호리 선생에 대한 오해들을 제외하면 교장과 요리에 대한 의구심을 감독은 딱히 해소하지 않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교장과 요리에 대한 당신들의 의심조차 미나토나 호리 선생에 대한 오해와 다르지 않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들은 자신의 섣부른 판단을 진실로 믿고 한번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로 묘사되는데 그러한 어른들은 이미 알 거 다 아는 아이들을 단지 아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자신이 판단해주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만 여긴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SNS에 퍼뜨린 호리 선생에 대한 평판을 어른들이 그대로 믿는 바람에 호리 선생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아이들 또한 사람을 외모나 태도 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규정짓는다.

극의 말미에 미나토와 요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살 자유를 얻는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이 없다.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이 현실이 아닐 거라는 암시는 마지막까지 안타까움을 주지만 실제 현실인지 여부는 관객의 몫이다. 전반적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되찾고 한 단계 올라선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극 중 호리 선생은 사실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에 대해서는 억울함 보다 타인에 대한 무례함과 몰이해에 대한 대가를 더 혹독하게 치르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