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게시’ 시행 1년...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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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게시’ 시행 1년...효과는 ‘글쎄’
  • 박진아 기자
  • [ 267호] 승인 2024.03.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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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월부터 집중단속 예고…내년 1월부터 게시 항목 20개 이상으로 확대

 

지난해 1월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한 법이 시행되고 있다. 1인 동물병원의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둔 끝에 올해 1월 5일부터 전국 동물병원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개정된 수의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11개 항목 진료비 게시 의무화 
게시해야 하는 진료비 항목은 총 11가지다. 초·재진료, 입원비, 개·고양이 백신접종비, 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등이다. 

게시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동물병원 내부 접수창구나 대기 공간 등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 책자나 인쇄물을 비치하거나 벽보로 부착해도 된다. 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도 가능하다. 단, 초기화면에 게시하거나 배너를 이용해 구체적인 안내 화면으로 연결돼야 한다. 별도의 양식은 없으나 내용은 모두 담겨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진료비를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 이상으로 비용을 받으면 불법이다. 일차적으로는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이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불이행하면 1년 이내 영업정지까지 내려질 수 있다. 


시행효과 미미 위반 사례 많아 
여전히 시행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서울 일대 동물병원 10곳을 방문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5곳에서 진료비 게시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머지는 문의했을 때에만 꺼내 보여주거나 구두로 안내하고, 수기로 작성해 주었다.

게시는 했지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이 아니라 구석에 부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저 요금은 명시하되, 최고 요금을 공란으로 두기도 했다.  

병원 방문 전에도 진료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게시도 권유하지만, 이는 더 찾기 어려웠다. 마포구 병원 7곳의 홈페이지를 확인했지만 온라인상에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회원 할인을 홍보하기 위한 게시글에서 일부 접종가격만을 안내하고 있었다. 

부산시에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진료비 게시 의무를 위반한 6곳을 적발했다. 이마저도 16개 기초지자체 중 12개 군·구에서는 현장 조사 없이 동물병원의 자체적인 답변으로 확인한 것이라 신뢰도가 낮다. 사실상 더 많은 동물병원이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진료비 일괄적 안내 어렵다 
일부 수의사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 시행이라는 불만이다. 동물병원 특성상 가격을 일괄적으로 고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병원별로 치료법이나 약이 달라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의 품종이나 크기, 상태나 심각성에 따라 진료비가 다른 만큼 고정된 진료비를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혈액검사만 해도 품종과 기존 질환 유무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기본 요금을 고지해도 불가피하게 추가 요금이 붙는 경우도 많다. 동물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어 진료 이후에야 비용이 정확해 진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용어 정리와 동물 품종에 따른 질병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반려인협회 관계자는 “모든 품종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과 치료에 대해서는 평균 비용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료비 상승·담합 우려 목소리도 
또 다른 우려도 있다. 동물병원을 의료의 질과 가치가 아닌 가격으로 평가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진료의 내용, 진단 방법, 약물의 품질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만으로 비교하게 될 위험도 있다. 행정업무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담합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 의료수가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동물병원들이 진료비를 동일하게 담합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정부 이달부터 강력 단속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부식품는 올 3월부터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자체 차원에서 단속을 시행해 위반 시 1차 시정명령, 2차부터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점검에 나서겠다는 것. 또한 내년 1월부터는 진료비 게시 항목도 11개 항목에서 20개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애초 법안 시행 목표는 투명한 진료비 공개를 통해 병원별로 천차만별이었던 진료비 편차를 줄이고 진료과정과 진료비에 대한 불신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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