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있건 없건 ‘머구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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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있건 없건 ‘머구리’는 존재한다?
  • 김지현 기자
  • [ 65호] 승인 2015.10.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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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자격증이 없으면서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의료계에선 ‘돌팔이’ 혹은 ‘머구리’라고 부른다. 수의계야 자가진료법이 있어 동물 소유자는 수의사가 아니어도 진료를 할 수 있지만, 인의 쪽은 의사나 치과의사가 아니면 절대 의료나 치과진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소위 머구리가 몰래 진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받는다.


돌팔이 단속해도 ‘우후죽순’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나
스탭교육 거부감 지나쳐 … 비전문가 진료 위험성 대국민 홍보 절실해

악법도 법이라지만 자가진료법에 해당하는 진료도 사실상 수의사 전문가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돌팔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은 없지만 이들을 포함해 자기 소유의 동물이 아닌데도 수의료 진료행위를 하는 수를 감안하면 아마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이다.

해마다 머구리 소탕작전
일명 무면허 시술자인 돌팔이에게 진료를 받았다는 얘기들을 종종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치과계의 경우 매년 머구리 소탕작전을 벌일 정도로 매년 무면허 돌팔이들이 기승을 부리며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도 여전히 머구리들이 판을 치고 있고, 그 수법도 다양해져 가정집에서 왕진하는 수준을 넘어 승합차를 이용하는 등 단속을 피하는 민첩함까지 보이고 있다.
머구리라고 하면 우리 주변과는 상관없는 사람들 얘기 같지만, 사실상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는 스탭이나 치과기공사 같은 의료기사들이 머구리를 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직원들 퇴근 후 병원에서 무면허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점점 더 대범해지는 수준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무면허 진료행위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과 무면허 진료행위에 대한 적발건수는 매년 50건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적발된 수치에 불과해 실제 무면허 진료 건수는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구강관련 학회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과 환자 중 30%가 돌팔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각보다 위험수위에 올라 있다. 특히 학력과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무면허 진료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돌팔이와 진료비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
이처럼 법이 있는 인의 쪽도 돌팔이가 난무하는데, 자가진료가 허용돼 있는 수의계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인의 쪽도 일부 스탭이나 관련 의료기사들이 돌팔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수의계도 그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스탭 교육이 곧 수의사의 진료영역 축소를 의미라도 하는 양, 스탭들에게 임상교육을 시키는 데 대해 바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데엔 문제가 있다.
수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의 진료시장이 커질까봐 스탭들에게 임상교육을 하지 않기에는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모 병원전문 컨설팅업체 대표는 “대부분의 동물병원 원장들이 스탭들이 하는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진료는 물론이고 진료와 관련된 상담부터 시술 후 관리까지 원장이 직접 관리하다 보니 스탭들은 단순 업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시간과 인력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스탭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진료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 없이 보호자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이나 관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보호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모 수의사는 “스탭에게 임상을 교육한다는 것은 그들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호자 상담과 응대에 전문성을 기하고, 고객확보까지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만 그냥 풍월을 읊을 뿐이지 수의사와 같은 실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무자격 시술 후유증 심각해
인의나 수의나 돌팔이에게 진료를 맡기는 이유는 비싼 진료비 때문이다. 같은 시술인데 진료비에 큰 차이가 나면 아무래도 저렴한 비용에 유혹되기 쉽다. 사람도 그런데 하물며 동물진료는 더 할 수밖에.
하지만 돌팔이 진료는 말 그대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시술 후 통증이나 부작용 등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비전문가에게 진료를 맡겨다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돌팔이 시술이 지인들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의의 경우 돌팔이를 검거하는 데는 피해자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주로 지인들을 상대로 불법진료가 이뤄지다보니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따라서 비용 아끼려고 돌팔이에게 진료했다가 후유증으로 인해 되레 돈을 더 써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비록 자가진료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의사가 아닌 비전문가 진료는 동물학대라는 사실을 보호자들에게 인식시키고,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보호자 인식변화 절대 필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로선 각 동물병원들이 직접 나서 보호자들에게 비전문가의 진료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 위험성을 알리고, 수의료에 대한 인식을 하나씩 바꿔 나가는 일이다.
특히 돌팔이 피해환자가 내원했을 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하고 인식시켜 절대로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돌팔이 경험이 많다는 연구결과에서도 보듯이 비전문가에게 진료를 맡기는 것은 굉장히 무지한 일임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 서울시수의사회 등 단체 차원에서 비전문가 진료에 따른 위험성과 수의사 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보호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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