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탐방] 동물병원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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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동물병원 베를린
  • 김지현 기자
  • [ 67호] 승인 2015.11.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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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와 수술만 하는 동물병원 병원 같은 병원 해보고 싶다”

선진수의학의 나라 독일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서울에 ‘동물병원 베를린’을 개원한 강호빈 원장은 이제 막 병원을 오픈한 새내기지만, 독일 특유의 명확성과 전문성으로 누구보다도 수의사로서의 자긍심이 높았다.

좋아하는 것과 직업과의 연계에 대해 고민하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자는 생각에 수의과대학을 선택했다는 강호빈 원장.

그는 원래 한국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30대 초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독일에서 수의학도로서의 길을 가게 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베를린자유대학 수의학과에 들어가 그 어렵다는 졸업장을 따고, 학교와 로컬에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한 강호빈 원장은 무엇보다도 수의 임상이 재미있고 적성에 잘 맞는다며 만족해했다.

실습 위주의 독일대학
먼저 쉽게 접할 수 없는 독일 수의과대학의 시스템은 어떤지 궁금했다.

강호빈 원장은 “독일의 수의과대학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베를린자유대학은 5.5년 과정이다. 교양과목 없이 임상을 주로 많이 하는 데, 특히 졸업 전 6개월 정도는 집중적으로 실습을 진행한다. 학교마다 규정과 시스템이 좀 다르지만 졸업 전에 클리닉 로테이션을 하는데, 한 분야만 배우는 게 아니라 소동물과 대동물을 다 배운다. 학교 안은 그야말로 종합병원이어서 소동물클리닉, 대동물클리닉, 말클리닉 등 다양한 클리닉이 있어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임상실습을 한다. 실습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이론을 배우고, 8~10명씩 소그룹으로 실습을 진행하는데, 너그러운 보호자를 만나면 직접 진료도 해볼 수 있다. 이런 실습과정을 마치면 병원장 사인을 받고, 증거자료를 제출해 실습과정 수료에 대한 인증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독일대학의 가장 좋은 점으로 임상 실전에 자신감을 준 실습을 꼽았다.

수술이 좋아 수술전문병원
특히 수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강호빈 원장은 그래서 동물병원 베를린도 수술전문 병원으로서 정형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 디스크 수술 등 외과 수술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다.

물론 유럽 ESVPS GPcert(Derm)을 수료해 피부과도 하며, 심장초음파와 산과를 비롯해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종합적인 일반진료도 할 예정이다.

지난해 귀국해 1년 간 로컬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은 지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강호빈 원장은 “국내시장은 과잉경쟁이 맞는 것 같다. 과도기인 것 같다”면서 “독일은 일단 명칭부터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아무나 ‘클리닉’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일반 동물병원이 규모를 키워 직원 수와 진료실 공간, 서비스 등 기준에 맞는 조건을 갖춘 종합병원급이 돼야 클리닉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주에 있는 수의사협회에 클리닉 명칭 사용을 신청하면 실사팀이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클리닉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며 “독일에서 클리닉은 진정한 2차 병원으로서 진료할 수 있는 범위는 넓은데 반해 수가는 비싼 곳이라는 사실을 보호자들이 잘 알고 있다. 또한 1차 병원이 2차 병원으로 리퍼를 해도 다시 1차 병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기 때문에 클리닉이 있다고 해서 1차 병원들이 고객을 빼앗기지는 않는다. 또 클리닉 반경 40km 내에는 법으로 정하지 않았어도 굳이 클리닉을 오픈하지 않아 쓸데없이 경쟁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국내는 아직 2차 병원에 대한 기준도 없고, 진료수가나 시스템 등 정비될 부분이 많은 상황.그는 “독일은 최저 수가를 정해 놓고 최소한 여기까지는 받으라는 기준이 있다”면서 “능력이 돼서 양질의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수가를 몇 배를 올려 받던 불법이 아니다”면서 “자신 있으면 높게 받지만, 절대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로서 이는 곧 가격으로 경쟁하지 말고 실력으로 경쟁하라는 의미”라고.

수의사 자존심도 중요해
동물병원 베를린은 실평수 35평에 진료실 2개, 임상병리실, 격리입원실, 처치실겸 입원실과 수술실로 구성돼 있다.

그야말로 1인 로컬병원이지만 혈액, 초음파, 호르몬 장비와 현미경, 덴탈 장비 등 각종 첨단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병원 같은 병원을 해보자는 것이 동물병원 베를린의 콘셉트”라는 강호빈 원장은 “돈을 따라가면 끝이 없다. 돈이 아니라 수의사로서 동물을 치료하는 쪽에만 전념해보자는 생각에 미용은 하지 않고, 용품과 사료도 최소한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있다”면서 “진료와 수술만 하는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수의사로서 일종의 자존심”이라고 했다.

그는 “병원을 막 오픈하면서 고민되는 점은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이 충돌했을 때, 즉 진료에 대한 욕심으로 고가의 장비를 구비했지만, 현실적으로 돈에 대한 유혹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의사로서의 양심을 팔아버리느니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 더 크다. 자존심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족처럼 다 같이 행복한 병원
강호빈 원장은 병원을 크게 키우고 싶진 않지만, 수의사 5명 정도로 전문진료를 보는 내실 있는 병원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외적인 팽창보다는 내적으로 충실할 수 있고, 임상실력도 키울 수 있는 규모였을 때 스탭들과의 화합도 잘 되는 것 같다”면서 “가족같이 오래 일하고, 같이 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사람관계가 서로 좋을 때 진료나 운영의 묘도 극대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탭들에게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병원에 충성심을 원할 수 있나,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면 행복할까, 최대한 같이 먹고 같이 살자주의”라며 “행복하려면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원 여건만 따진다면 독일이 훨씬 더 좋은 것이 사실이라는 강호빈 원장.

독일은 동물 종류도 많고 배울 수 있는 여지도 많아 수의사로서 독일이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떠나 한국에 개원한 이유는 결국 먹는 것과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어쩌면 사소한 이유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는 다시 한국을 택한 것이다.

독일의 선진 수의임상을 이제 막 한국에 가져온 강호빈 원장. 아직 국내에 독일파 수의사가 드문 만큼 그와 동물병원 베를린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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