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습기 살균제와 동물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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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습기 살균제와 동물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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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79호] 승인 2016.05.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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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벨기에 뮤즈계곡에서는 공장에서 배출된 이산화황이 지면에 장시간 머물면서 수백 명의 주민이 호흡기질환과 심장병으로 고통을 받고 63명이 사망하였다. 이와 유사한 사고가 1948년 미국 도노라와 1950년 멕시코 포자리카, 1952년 런던에서 발생하였다.

1953년도에는 질소가 함유된 물을 마신 어린아이들이 청색증을 보이는 불루베이병이 체코와 미국에서 발생하였고, 1955년 일본에서는 우유에 섞인 비소를 먹고 1만2천 여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그 중 130명이 사망하였다.

1956년에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시에서 수은에 축적된 어패류를 먹은 111명중 47명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도야마현에서는 카드뮴에 오염된 어류 또는 식수를 이용한 사람들이 이따이이따이 병을 앓았다.

1984년도에는 인도의 보팔에서 메틸이소시안 중독사고가 발생하여 2800여명이 사망하고, 피해보상을 청구한 사람이 58만여 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다.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인명 사고뿐만 아니라 가축과 야생동식물에 큰 피해를 준 사건도 많다. 1986년 스위스 바젤시에서는 살충제, 중금속 등이 라인강으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그 결과 수중생물이 대량 폐사하였고, 그 피해액은 4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환경오염 사고는 울산의 온산공업단지에서 지역주민 1000여명이 보인 전신 마비 증세를 시작으로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 1994년 인천의 유리섬유로 인한 괴종양 사건, 2012년에 구미에서 불산이 누출되어 5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이 보고되어 있다.

그런데 2011년에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고는 그 피해 규모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 한다. 현재까지도 사망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보고된 세계적인 환경오염 사건을 추월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노출되었는지, 또 그들의 폐가 어느 정도로 손상을 받았는지 확인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환경오염원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에는 동물실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사람의 질병을 밝히기 위하여 역학적인 조사를 수행하지만, 동물실험을 통하여 그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짧은 시간에 오염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로 대형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은 적극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부의 동물실험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한 자체 동물실험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동물실험은 어떤 물질에 대한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실험용 동물을 이용하여 미리 그 반응을 보는 것이 목적이다. 동물실험의 설정이 잘못되거나 실험환경이 적당하지 못하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실험동물은 집단으로 사육되고 있어서 전염성 질환이 전파되기가 아주 쉽다. 또한 사육환경에서 오염되거나 적절치 못한 사료, 깔개, 음수 등을 제공하면 사육되는 많은 동물에서 임상적인 소견과 병리조직학적 병변이 보이게 된다.

이러한 동물을 이용하여 실험처치를 하면 그 결과를 해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화학 물질의 안전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시한 동물실험의 임상병리학적, 조직병리학적 결과가 이러한 다른 요인에 의한 변화 때문에 알 수 없게 된다면, 그 위해성은 해석하기가 힘들게 된다.

또한 동물수를 너무 적게 사용하거나 너무 많이 사용해도 비의도적인 또는 의도적인 통계학적 결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동물실험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전신 장기에 나타나는 병변을 해석하는 실험동물에 대한 독성 병리학적 해석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혹 실험에 제공된 모든 동물이 전염병에 오염되어 있더라도 시험물질의 처치 군과 무처치 군 사이에서의 변화를 특수 염색기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적하는 노력이 독성 병리학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국내에는 식약처를 비롯하여 화학물질 그리고 농약 등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가기관에 실험동물에 대한 독성병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한 곳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에 대하여 동물실험 전문기관을 통해 얻은 정부의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업체는 서울대와 호서대와 같은 대학에 동물실험을 의뢰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가습기 살균제가 독성이 없다고 주장을 해왔다고 한다. 

그 당시 정부는 대학 동물실험보고서의 진위를 판정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동물실험 결과의 정확한 병리학적 판독을 담당할 전문가가 정부에는 없었기에 기업이 제공한 자료를 심도 있게 판독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허송세월만 보내며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EU는 연간 1톤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서 위해성에 따라 등록, 평가, 허가를 하도록 REACH법을 2007년에 발효하였다.

우리나라는 모든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경우 매년 보고하거나 제조·수입 전에 미리 등록하도록 화평법이 2013년에 제정되었다. 이러한 법에 따라 대상 화학물질을 등록하려면 동물실험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향후 동물실험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독성병리 전문가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질병이 사전에 차단되고, 또 치료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오히려 질병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고통을 받게 한다면 그러한 동물실험은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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