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한들거리는 한계리에 코코는 묻혔다.
소나무 그늘 아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코코는 13년을 살았다.
불과 한나절 동안 먹지 못하더니 마지막에는 걸어서 현관 쪽으로 가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생을 마감하였다.
아마도 코코는 자기에게 많은 정을 준 다른 가족들을 기다렸을 것이다. 코코는 어떠한 생을 살았을까?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며, 심지어는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동물이 공포를 느끼고 고통을 피하려고 하며, 또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갈망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동물에게 고통과 갈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에는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이러한 기본적이 요구에 더하여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동물의 쾌적한 삶과 사람과의 적절한 동반을 위해서 동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들이 현재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동물의 현재 복지 상태를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동물 자신에 대하여 복지를 방해하는 정도, 방해 지속시간, 그리고 영향을 받는 개체 수를 측정한다.
동물의 행동이나 공포, 질병, 파행, 생산성, 성장률 등에서 동물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가를 측정한 수치가 복지를 방해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동물이 노력하고, 또한 선택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동물에게 우리의 입장에서 무엇을 해주려고 하기 보다는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칸막이 방을 세 개 만들고, 돼지를 가운데 방에 놓고, 양쪽 방에 각각 사료와 밀집을 둔다.
그리고 임신한 돼지가 분만이 가까워 올수록 어느 방을 많이 가는지 알아보았다.
방문을 열 때는 문을 코로 일정 횟수 만큼 부딪혀야지만 열리도록 만들었다.
즉, 특정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도록 하였다.
돼지는 임신 100일 째에는 사료가 있는 방으로 더 자주 들어갔다.
분만 2일 전까지도 사료 쪽으로 많이 들어가지만, 분만 1일 전에는 양쪽 방으로 비슷하게 들어갔다.
밀집으로 둥지를 만드는 것이 사료를 먹는 것만큼 중요해진 것이다(Arey DS, 1992: Applied Animal Welfare Science 33 pp 217-226.).
이러한 것을 보면 동물들이 나이, 환경에 따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동물에 따라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동물이 선택하는 사항과 동물이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항을 관찰하고, 사양관리에 그러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준다면 동물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코코의 복지수준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이가 들면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졌고, 상대적으로 운동량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착하고 말을 잘 알아들었으며, 얌전했던 강아지 코코를 생각하며,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준 코코에게 감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이별을 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