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유년 닭의 유감
상태바
[시론] 정유년 닭의 유감
  • 개원
  • [ 97호] 승인 2017.02.09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봉당에서 어미닭을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아 먹는다.
저녁이면 솔개에게 잡혀 먹지 않도록 병아리는 어리에 가두어 놓고, 메추라기 정도로 크면 우리 안에서 지내게 한다.

요새는 이러한 농촌 풍경을 잘 볼 수 없고, 대규모로 사육하는 산란계와 육계농장이 있을 뿐이다.
닭은 주인도 잘 몰라보고 건망증도 있다고 하여 사람들은 머리 나쁜 사람을 닭에 비유하곤 한다. 또한 닭은 겁쟁이의 대명사로 되어 있다.

이것은 닭의 강한 경계심 때문에 사람이 쫓아가면 쏜살 같이 도망쳐서 잡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닭은 성격이 호전적이며, 사회성이 강하여 집단에서 엄격한 서열이 존재한다.
정유년을 맞이하여 닭의 부지런함, 총명함, 더 나아가서는 자기 인식까지 하는 지적능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닭을 애완용 동물로 사육하는 사람들은 닭의 총명함에 놀란다. 외출 나갔던 주인을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다 집을 향하여 앞서서 안내하는 닭이 있는가 하면, 집을 지키는 강아지처럼 외부인이 방문하면 부리로 쪼기도 한다.

닭은 부지런하여 새벽이면 일찍 일어난다. 아침에 닭의 우는 소리가 마을의 자명종이 되어, 마을 사람들이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기원전 300여 년 전에도 닭의 부지런함이 비유되어 있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선(善)을 행하는 자는 순(舜)임금을 따르는 사람들이고,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이익을 추구하는 자는 도척(盜跖)의 무리이니 순임금과 도척을 구별하고자 한다면 별다른 것이 없다. 이익을 추구하는지 선을 행하는지의  차이인 것이다” (孟子曰 鷄鳴而起하야 孶孶爲善者는 舜之徒也오 鷄鳴而起하야 孶孶爲利者는 蹠之徒也니 欲知舜與蹠之分인댄 無他라 利與善之間也니라(孟子集註 盡心章句上).
닭의 총명함은 계창(鷄窓)이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진(晉) 나라의 문신으로 연주 자사(兗州刺史)를 지낸 송처종(宋處宗)이 서재의 창가에서 장명계(長鳴鷄)를 길렀다. 長鳴鷄는 울음소리가 매우 긴 닭으로서, 동천홍(東天紅), 당환(唐環), 성량(聲良) 및 소국(小國)의 4종류가 있다.
東天紅의 볏은 단관이며, 얼굴은 붉은색을 띠고, 부리는 회색이며, 눈은 갈색이다. 꼬리가 길고, 또한 울음소리도 길어서 7초 이상 울며, 25초나 우는 닭도 있다.

송처종이 서재의 창가에서 기르던 장명계가 사람의 말을 알게 되자 송처종이 닭과 더불어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게 되어 계창은 서재를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幽冥錄:유명록).
닭을 포함하여 새의 사고능력이 아주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거울실험을 통하여 새가 고릴라도 통과하지 못한 거울 시험을 통과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유라시아 까치의 목에 작은 빨간색, 노란색 또는 검은색 스티커를 붙여놓고 거울을 사용하여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였다.
까치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볼 때, 목에 부착된 스티커를 보고 놀라지는 않았지만, 스티커가 부착된 목 부분을 긁었다. 까치가 거울 속의 이미지를 자신으로 인식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검은 목 깃털에 구별하기 힘들도록 검은 색 스티커를 부착한 까치는 스티커에 대하여 반응하지 않았다(독일 괴테대학의 Helmut Prior 등).

닭의 평균 수명은 10년 정도이다. 육계용 닭의 수명은 부화 후 35일 정도이며, 산란용 닭은 부화율이 떨어지는 2년 후부터는 도태되지만, 집에서 기르는 닭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여 자연사 한다면 20년까지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세상의 99%의 닭들이 제대로 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각종 질병과 축산 목적으로 일찍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 같다.
소규모의 자연식 사육방법으로 기르는 닭들이 전염병의 보균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대규모 산란계 사육장의 닭들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무수히 살 처분된 병신년(丙申年)을 뒤돌아보며, 정유년(丁酉年)에는 부지런하고 총명한 닭들의 사육방식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할 때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