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신임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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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신임학장
  • 김지현 기자
  • [ 102호] 승인 2017.04.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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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역할과 기여 고민해야”
 

수의사들의 사회적인 역할에 관심을 갖고 학장에 출마했다는 우희종(서울대 수의과대학) 신임학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수의과대학도 변화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학도 변화가 절실한 시기
우희종 학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변했다. 기존의 20~30년전 수의학교육 체제나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한국의 수의학을 이끌어가는 대학 중 하나로서 변화가 절실한 시기인 것 같다”면서 “사회와 시대의 변화 등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 수의과대학이 제대로 된 연구와 윤리에 대해 되돌아보고, 능동적인 자기 성찰과 자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이 시기에 학장으로서 해야 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수의사의 사회적인 역할을 강조한 우희종 학장은 지난 10년간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의도치 않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책임감과 변화의 뜻을 밝혔다.

“어느 집단이나 잘못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반복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밖에서 공공의 가치와 민주적인 것을 말한다면 내 직장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학장에 출마했고, 다행히 많은 교수들이 호응해 주었다”고 말했다.

 

수의입문사회학 개설
지난달 미국수의과대학학장협의회에 다녀왔다는 우희종 학장은 졸업생들이 얼마만큼 사회에 기여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어떻게 학생을 잘 가르치고, 좋은 수의사를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졸업생들이 전문가로서 사회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미국은 졸업생들의 사회 기여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아니다. 교과목에 대한 문제나 학내 다양성을 어떻게 배려하고 살리느냐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동시에 졸업생들의 사회 기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과정 개편과 교과목 개설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정체성을 위해서 최소한 예과 2학년에는 수의학 교과과정을 개편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합의를 이끌어 내면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라면서 “의학계열과 마찬가지로 수의학교육에도 ‘수의입문사회학’을 개설할 예정이다. 수의학은 단순한 자연과학 기술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것이다. 생명이란 종합적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수의학의 역할이 실제 생활 속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갖고 있는지, 철학, 윤리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생명의 가치와 관련된 내용을 고정과목으로 해 수의학을 더욱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목 신설에 따른 교수 충원도 올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
현재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AVMA 미국수의학협의회 인증 과정 중에 있다.
그는 “올해는 AVMA 교육인증 마무리 단계로 지금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최종 마무리 될 예정이다. 전임학장들이 해오던 중요한 연속 사업으로서 학장으로서 당면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북수의학교육체제 TF 구성
우희종 학장은 통일시대를 대비해 교육체제와 방역체제와 관련해서 북한과의 공조체제를 만들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요즘 방역문제가 심각한데, 중국 등 주변국도 중요하지만 항상 논의되지 않는 지역이 바로 북한이다. 누가 봐도 중국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한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전문 TF팀을 만들어 수의학교육체제와 방역체제에 있어 남북 공조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남북 공조체제 없이는 방역과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면서 “수의학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국민들의 안전과 재난 예방에 기여해야 한다. 방역문제는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함에도 정치적 이념 속에서 무조건 북한과의 민간교류 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멍청한 짓”이라고 꼬집었다.

 

수의방역정책국 신설 절실
수의방역정책국 신설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반려동물과 인수공통전염병을 축산과에서 관리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로서의 가치와 인수공통전염병을 생각한다면 동물을 생명체로 바라봐야지, 무슨 수단이나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이런 체제로는 지금 21세기 한국사회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수의사가 제대로 전문 역할을 하려면 반려, 환경, 실험동물 모두 보건 쪽에서 다뤄야 하며, 이는 곧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면서 “하루 빨리 조직을 현실화 시켜 전문집단으로서의 수의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지점에서 수의사들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수의학이 아직도 축산정책 산하에 있는 현실을 수의사들은 철저히 반성해야 된다고 본다. 방역 실패가 반복될 때마다 농부 탓으로만 돌리면 정부는 행정조직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는 곧 사회적으로 수의학이 전문영역으로 인식될 수 없고, 결국 수의학의 발전을 막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희종 학장은 현재 국회 동물복지포럼 정책자문위원장이자 서울시 동물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소한 국회에 이런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생명의 가치 전달해야
끝으로 그는 궁극적으로 수의학은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학은 그 영역을 넘어 시민들의 안전, 동물에 대한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에 요구하고, 개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책임회피라고 생각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주는 것도 포함된다”면서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이 바뀌었는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행정조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변화와 발전을 위해 수의과대학을 비롯한 수의사회와 수의학회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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