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수가 메뉴판’ 부활 진료 질 하락 우려된다
상태바
15년만에 ‘수가 메뉴판’ 부활 진료 질 하락 우려된다
  • 박천호 기자
  • [ 8호] 승인 2014.07.03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동물복지종합계획에 ‘진료비 게시’ 방침

1999년 폐지된 동물의료수가제도와 유사한 ‘수가 메뉴판’이 15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어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자칫하면 저수가 동물병원에만 득이 될 수 있는 제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개원가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병원 간 경쟁심화로 저가 재료 사용 부추길 우려도
수의계 “저수가 병원만 득” Vs. 보호단체 “유기동물 감소 기대”

 

‘수가 메뉴판’의 등장으로 원래 시행 목적인 ‘수가 하락’이 아닌, 동물병원 간에 경쟁을 부추겨 저가 재료 사용에 따른 진료의 질 하락과 임상수의사들의 특정 브랜드 선호 현상을 가중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수의계 전체적인 진료의 질 하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작용 낳을 소지 커
한 동물병원 원장은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동물병원 내 진료비 자율 게시’가 개원가에서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지만 결국 동물병원 간에 가격 경쟁만 심화시키는 격이 될 것”이라며 “이는 개원가 전체적인 진료 수준 하락에도 한 몫을 할 수 있는 제도로, 정부와 수의계의 충분한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유인행위에 이용할 수 있는 요소가 크다”며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저수가, 소위 말하는 덤핑 동물병원에만 득이 될 수 있는 부작용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백신이나 구충제의 경우 진료비 고지표가 광고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 수가 하락 효과 보다 환자나 보호자 유인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원장은 “같은 진료라고 해도 개개인의 수의사마다, 동물 품종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게 현실이다. 특히 아직까지 우리나라 보호자들은 진료의 질 보다 진료비에 따라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면 모든 병원이 일률적인 진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동물병원 내 진료비 자율 게시’가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부 보호단체는 ‘찬성’
반대로 일부 동물보호단체 및 시민단체에서는 반기는 입장이다.
고액의 동물 진료비는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진료비 기준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개원가에서 중성화수술 진료비의 경우 10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20~30만 원 정도의 보철수술도 100만 원 전후로 받는 병원도 있다”며 “지난해에는 애완견 다리 골절 치료비로만 700여만 원이 청구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무리를 낳은 적도 있다”면서 “이런 고액 치료비가 결국 보호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져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동물병원 내 진료비 자율 게시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은 서울시가 지난 6월 11일(수)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 및 추진의 일환으로 서울시수의사회(회장 손은필, 이하 서수회)와 협의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미리 진료비를 알려주는 ‘동물병원 내 진료비 자율 게시’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에 서수회 측은 ‘사전 합의나 논의된 바 없는 일방적인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서수회 “사전 합의된 바 없어”
서수회 김승길(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가 서수회와 사전 논의나 조율 없이 밝힌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추진한다는 ‘동물병원 내 진료비 자율 게시’ 사업.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저수가화만 부추긴 채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수의사 모두에게 피해만 주는 제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