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이 좋아 ‘열정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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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이 좋아 ‘열정페이’
  • 김지현 기자
  • [ 115호] 승인 2017.11.0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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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들의 업무 혹사와 급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처럼 메디컬에 만연해 있는 수련의 논란이 이번엔 대학동물병원에서도 터져 나왔다.
수의계는 공식적인 수련의 과정이 없지만 대신 임상대학원 과정이 일종의 수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과정의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수의대 대학원생들도 수련의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값싼 노동력의 임상대학원생들은 실습 참여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진료에 직접 참여하며 업무 혹사에 시달려 왔고, 월 60만원이라는 푼돈에 ‘열정 페이’라는 명목으로 혹사당해온 것이 일간지 보도로 공개됐다. 일부 대학원의 얘기일 수 있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쉬쉬했던 것이 곪아 터지면서 공론화 된 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국대 부속동물병원은 대학원생들에게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는 주장이지만 실상은 단순한 실습 수준이 아닌 상담과 약 처방, 진단 소견과 재진까지 직접 진료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주 40시간을 넘게 거의 무급으로 과다한 업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2학기 이상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형태로 월 6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시급으로 치면 3천 원대에 불과하며 올해 최저임금 6,47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건국대 부속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수의사 수가 총 70명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3명이 대학원생이었으며, 지난 9월 담당자별 매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학원생 30명이 올린 한 달 매출이 1억 1천여 만 원으로 총 매출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건국대 부속동물병원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진료 수익을 낸 셈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국대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 내에 규탄 대자보가 등장했고, 건국대 수의대 13기 동문회는 성명서를 냈다. 수의대 교수 일부도 직접 나서 구시대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고, 건대 총장에게 익명의 항의 성명서가 전달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총장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명서를 낸 교수들이 오히려 감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작금의 이런 상황이 대학원생과 부속동물병원 간의 단순한 갈등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병원장 인선과 관련된 건대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2013년 임상대학원생의 부속동물병원 진료 참여 문제로 인해 교수들 간 시각차가 발생하면서 지금까지는 진료에 참가하는 대학원생 수에 제한을 두었지만, 지난 8월 임명된 김휘율 병원장이 다시 대학원생을 제한 없이 진료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문제의 발단이 됐다. 

동물병원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교육 차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대학원생의 등록금이 동물병원 매출보다 낫다고 말하는 현 병원장의 발언은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의 병원 운영 방식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부속동물병원과 건국대 본부도 한술 더 떠 대학원생들의 진료 복귀를 강행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이번 건국대 부속동물병원 사태를 보면서 이는 단지 건국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10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들이 다 같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자 해결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임상대학원생의 진료 참여를 교육으로 볼 것이냐 근로로 볼 것이냐는 역할의 성격상 이분법적인 논리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레이닝 과정 자체가 교육과 근로 두 가지 역할과 의미가 혼재돼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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