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림축산검역본부 임기 마치는 박용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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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림축산검역본부 임기 마치는 박용호 본부장
  • 김지현 기자
  • [ 14호] 승인 2014.08.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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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전문가로서 자부심 가져야”
 

농림축산검역본부 박용호 본부장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귀한다. 말단부터 시작해 18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오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장과 아시아수의과대학협의회장을 지내고, 다시 정무직도 아닌 시험을 거쳐 일급 공무원으로 돌아왔던 박용호 본부장은 전문가이자 행정가로서 역량을 두루 갖춘 유일무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사명감 갖고 공무원 복귀
“다른 기관장과 달리 말단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조직의 고충부터 모든 것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박용호 본부장은 “서울대 교수 자리가 뭐가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겠는가. 사명감 말고는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3년 간 군대 간 셈 치고 나름의 신념을 갖고 봉사 차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본부장직을 결심하게 됐다는 박용호 본부장.

이런 그의 신념의 뒤바탕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께서 “국가를 위해 언제든지 봉사할 준비를 해라. 자기 나름대로 모든 실력과 남들이 평가하는 자질을 갖춰라. 그러면 언제든지 하느님이 부르시고 국가가 부를 거다. 그 때를 대비해라”는 말씀이 항상 머리에 박혀 있었다고.

수의사 프라이드 가져야
그가 아버지를 따랐듯 그의 딸도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있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미래를 보는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박용호 본부장은 “어떤 강요도 없었지만 수의사에 대한 나의 자부심을 보고 내 자식이 따라온 것은 내 인생의 또 다른 보람”이라고 말했다. 
박용호 본부장의 사명감은 수의사라는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됐다.

그의 자부심은 자신이 가르쳤던 대학원생들은 물론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까지 미국 유학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 박용호 본부장은 미국의 워싱턴주립대학과 아이다호대학, 미시시피주립대 수의과대학 등 3개 대학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데, 그가 인정한 학생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추천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일 정도로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수의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미국에서도 통한 것이다.

사실 박용호 본부장이 수의과대학을 택한 것은 성적 때문이었다고. 가업을 이어받아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점수가 맞지 않았고, 서울대를 고집하다보니 수의과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수의과대학의 진학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수의사 위상 급격히 높아져
박용호 본부장은 수의사의 위상에 대해 그 어느 직종에 뒤질 바 없다고 자부했다.
“자부심의 차이는 세대별로 나타난다. 아날로그세대와 디지털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수의과대학이 6년제로 바뀌면서 디지털세대 수의사들은 엄청난 자부심과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 이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바로 아날로그세대인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자신과 자신의 행복에 비례하다고 생각한다”며 “결코 수입이 적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지위를 낮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 평가는 이 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감당하는데 있어 내 자리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거기서 기쁨과 자존심과 행복이 온다면 결코 사회적으로 뒤처지는 직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반려동물시장이 한 번에 업그레이드되는 단계를 거친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렇게 발전할 것이다. 이미 2년 전 제 39차 세계소동물수의사회 개최를 통해 한 단계 올라섰으며, 오는 10월 열릴 OIE(세계동물보건기구) 주관 세계 표준연구소 컨퍼런스와  2017년 세계수의사대회를 계기로 또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위주 정책 비판도
박용호 본부장은 본부장직을 떠나면서 정부의 비전문성과 행정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속해 있어 행정 위주로 가다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국가 재난으로 몇 조원씩 재정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아닌 행정가들을 배치할 정도로 우리 정부는 아직도 수의학의 전문성이나 중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최고의 성과는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비전을 갖고 있을 때 이뤄진다’는 헬리 키신저의 말을 인용하며, “성과는 꿈을 가질 때 이뤄진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비전이며, 비전이 없으면 어느 기관도 성과를 낼 수 없다. 특히 질병관계는 더욱 그러한데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이 나라가 살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비관세장벽이 올라가면 이를 지킬 것은 방역, 검역, 위생이다. 그럼에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역할이 너무 평가절하돼 있다. 정부는 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위상 및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한 마켓이고 세계적인 시장인데 무시당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 수의학이 정책적으로 얼마나 이 나라에 공헌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을 왜 정부는 인식하지 못하는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비전을 제시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용호 본부장은 재임 기간 동안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광우병 위험무시국’ 등 OIE 인정 지위 획득을 비롯해 아프리카마역 및 가성우역 비발생청정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구제역 백신 연구센터 건립 및 OIE 국제표준실험실 인정 확대로 OECD 국가 중 수의과학기술 보유국 10위권 진입, 한국인 최초 OIE ‘동물질병과학위원회’ 부위원장 선출, 아시아 최초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의장 선출 등 수많은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교수로서 본연의 역할과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다는 박용호 본부장. 그가 보여준 수의사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후배 수의사들은 물론 미래 수의계의 비전을 밝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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