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 영업’하는 2차 병원 영업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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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영업’하는 2차 병원 영업 효과는?
  • 이준상 기자
  • [ 242호] 승인 2023.02.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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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간 경쟁과열로 영업 불가피 토로…백마진 부작용도 속출 자정 노력 필요해

2차 동물병원 원장들이 중환자 유치를 위해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로컬 동물병원 원장들을 대상으로 소위 ‘리퍼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CT·MRI를 갖춘 2차 동물병원들이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 시절에는 홍보를 하지 않아도 로컬 동물병원에서 알아서 의뢰를 맡겼다면,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쉽지 않은 리퍼 영업
본지가 전국의 2차 동물병원들을 취재한 결과 리퍼 영업을 진행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영업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였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시 C 2차 동물병원 원장은 “영업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지역 내 1차 병원에 방문해 리퍼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며 “우리 병원의 입원실과 장비 규모 등을 많이 강조하는데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A 2차 동물병원 원장은 “중증환자가 많지 않아 고급 장비들이 많이 놀고 있다”며 “병원 규모가 큰 만큼 지출되는 돈이 많다. 진료 수익을 얻으려면 인근 병원의 의뢰가 중요한 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먼저 연락해 오지 않는다.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리퍼 병원에 케이스 공유 및 강의 제공
따라서 2차 동물병원에서는 의뢰를 받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병원의 장비와 시설을 어필하는 것은 이제 철 지난 방식이고, 의뢰병원들을 대상으로 진료 시스템과 임상 케이스를 공유하고, 의료진 대상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2차 동물병원 모 원장은 “수의사들은 자신보다 임상 역량이 뛰어난 수의사를 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주변 동물병원들을 대상으로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컬병원들 2차 병원 선택 기준은?
사실 2차 동물병원들은 기대감을 갖고 리퍼 영업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1차 병원들은 의뢰병원 결정 시 영업에 크게 좌우되지 않아 보인다. 

수의계 인적·물적 네트워크 안에서 소개 받은 수의사에게 의뢰 보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C 로컬병원 원장은 “아이들 좀 많이 보내달라고 찾아오시는 원장님들이 계시는데 사실 임상의로 20년 정도 있으면서 여러 수의사와 유대관계를 쌓아놨다. 리퍼를 보내더라도 이쪽으로 보내지 잘 모르는 원장님에게 보내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고 했다.

E 로컬병원 원장은 “한 원장님이 여러 차례 방문해서 다른 병원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재활 장비를 구입했으니 보내달라고 해서 한번 보내봤다”며 “보호자가 돌아와서는 우리 애를 대하는 태도가 별로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다시는 그쪽으로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암리 서로 백마진 요구도
상황이 이렇자 일부 2차병원에서는 진료비에 일부를 떼어주는 이른바 ‘백마진’을 진행하기도 한다. 

A 로컬병원 원장은 “2차 병원에서 진료비의 몇 프로를 떼어준다고 하더라. 근데 우리한테 떼어줄 돈으로 차라리 환자한테 더 신경쓰길 원한다”고 말했다.

I 로컬병원 원장은 “진료비에 20%를 돌려준다고 하니까 혹할 때도 있지만 잘못 보냈다가 자칫하면 보호자들이 우리 병원을 탓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는 꼼꼼히 따져보고 각 수술별로 원장의 실력이 좋은 곳으로 보낸다”고 전했다.  

암암리에 진행되는 백마진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역으로 1차 병원에서 2차 병원한테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2차 병원 H 원장은 “오히려 1차 병원이 전화해서 A 병원은 얼마 준다는데 여기는 얼마까지 가능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럴 때면 우리는 그런거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진료 의뢰 시 수수료 관련한 법적 제재는 없다. 보호자 대상이라면 ‘환자유인 행위’로 규정하겠지만, 수의사 간에 음성적으로 주고 받는 백마진은 묵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의사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부 원장들에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백마진은 그야말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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