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古者 易子而敎之(고자 역자이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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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古者 易子而敎之(고자 역자이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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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6호] 승인 2014.06.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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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서울시 교육감을 선택하는데 한 후보의 딸이 자기 아버지의 자질에 대하여 비판을 해 그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녀의 교육과 양육을 소홀히 하였는데 어떻게 많은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 수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후보자에 대한 딸의 비판이다. 이러한 딸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스럽게 느낀 것은 이와 같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사회에는 유교적인 관점에 근거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현실적인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사이에 많은 갈등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유교적인 관점을 맹자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맹자는 군자가 자기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즉, 가르침에는 반드시 올바른 도리를 쓰는데 아이가 올바른 도리를 행하지 않으면 거기에 따라서 부모는 노하게 되고, 그러면 도리어 부모자식간의 정리를 해치게 된다.

또한 아이가 생각하기를 아버지가 나를 올바른 도리로 가르치시지만 아버지도 행실이 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부자의 정리를 서로 해치는 것이며 부자가 서로 정리를 해치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 자식을 바꾸어 가르쳤다고 하였다(古者 易子而敎之). 자기 자식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많은 부모는 알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가정교육을 잘 받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춘기에 들어서면 자녀들은 부모의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대화의 벽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부모가 무리한 교육을 강요하면 서로의 정리(情理)를 해칠 것은 불을 보듯 예상이 된다.

이러한 벽이 있는 관계를 가진 부모 자식 간에 서로의 불의를 보고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서로를 고자질하고 싸워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무 말 하지 않고 냉담해야 할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자지간에는 서로 잘 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니 최선을 요구하면 정이 떨어지게 되며 정이 떨어지면 좋지 않은 상황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父子之間은 不責善이라 責善則離하나니 離則不祥이莫大焉이니라).

이러한 맹자의 말씀에 대하여 王勉이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부연 설명을 하였다. 즉, 부모에게는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요구하는 자식이 있다.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른바 간쟁(諫爭)이라는 것은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에 대하여 지적하거나 논의를 하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불의를 보았을 때는 간쟁을 할 뿐이다.

한편, 부모는 자식에게 어찌해야 하는가? 부모가 자식의 불의를 보았을 때 잘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역시 경계를 할 뿐이다(王氏曰 父有爭子何也. 所謂爭者 非責善也. 當不義 則爭之而已矣. 父之於子也 如何. 曰當不義 則亦戒之而已矣).

한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그 잘 잘못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불의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잘 할 것을 요구한 후보자의 딸이 한 행동은 부모 자식 간의 정리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태까지 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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