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원장 칼럼 ⑪] 반려동물 수 증대 없이는 동물병원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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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일 원장 칼럼 ⑪] 반려동물 수 증대 없이는 동물병원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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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00호] 승인 2025.07.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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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본격화된 인구절벽 시대에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고, 전체 인구는 이미 202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반의 산업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변화이며, 동물병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가구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수 자체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KB금융지주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가구의 17.9%였던 반려가구 비율은 2022년 25.4%까지 늘었지만, 이 역시 1인 가구와 고령층의 증가에 기반한 흐름이었다. 
일본 사례를 보면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오히려 반려견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장밋빛 전망만을 기대할 수 없다. 반려동물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기 시작하면 동물병원은 그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수의학적 수준이 높아지고, 병원이 첨단화되어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줄어들면 동물병원 전체는 위축된다. 이미 일부 중소형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수 정체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고용 불안정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수 증대는 이제 수의사의 생존 조건이며, 동물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법은 사료, 용품, 헬스케어 등 연관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작 동물생산업(브리더)과 판매업(펫샵)과는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무분별한 번식과 상업적 거래로 인한 동물 학대 문제는 반드시 규제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공급 기반 전체를 음지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 공급이 음성화되면 결과적으로 유기와 질병,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윤리적이고 공적 관리가 가능한 동물생산·판매 시스템을 제도화할 때다. 선진국처럼 ‘윤리 브리더 인증제’와 ‘복지형 펫샵 기준’을 도입해 건강하고 사회화된 반려동물이 투명하게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등록 브리더 가운데 사육환경,  유전질환 검사, 사회화 교육 이행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공공 인증제를 부여하고, 해당 브리더를 통한 입양 시 등록비, 예방접종, 사료비를 일부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처럼 생후 8주 미만 판매 금지, 마이크로칩 사전 등록 의무화, 야간 진열 금지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업소에는 ‘복지펫샵 인증’을 부여해 제도권으로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정기적인 수의학·행동학 교육 이수, 구매자에 대한 사후관리 안내 등을 의무화하면 공급자의 윤리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동물의 공급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는 출발점이다. 공급체계가 윤리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충동적 소비나 유기 가능성은 줄어들고, 보호소 과밀·구조비용·사회적 부담 역시 완화된다. 건강하고 사회화된 개체가 보호자에게 연결되면 동물병원은 보다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반려가정과 수의사 모두가 신뢰 기반 위에서 상생할 수 있다.
물론 구조, 입양의 활성화와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 완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유기동물 입양 시 진료비·등록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 바우처 확대, 공공-민간 협업을 통한 펫보험 활성화는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초중고 및 노인복지시설의 생명존중 교육, 반려동물 친화 인프라 조성, 등록 시 지방세 감면과 같은 문화 기반 확대 전략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수의사가 전략가로서 자리해야 한다. 단지 진료의 전문가를 넘어 윤리적 공급과 문화 정착,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정책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 수의사회가 입양 연계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보호소에 의료 자문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돌봄 복지망을 구축하는 등의 역할이 절실하다.
결국 반려동물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동물병원의 생존 조건이며, 수의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인구 절벽 시대에도 반려동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수의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윤리와 제도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반려 인프라’ 구축이야말로 동물병원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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